글로벌 PC시장이 수년 동안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 주요업체들이 점차 PC사업에서 손을 떼자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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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PC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며 메모리반도체의 수요증가를 이끌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조사기관 마켓리얼리스트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PC시장에서 미국 HP가 22%의 판매량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중국 레노버와 미국 델, 애플과 대만 에이서가 나란히 뒤를 이었다.
레노버가 글로벌 PC시장에서 1위를 내준 것은 약 4년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20%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HP의 출하량이 지난해 1분기보다 13% 늘어나며 추격을 허용했다.
글로벌 PC 출하량은 교체수요 감소와 태블릿PC의 등장으로 수년째 정체기를 맞으며 고착상태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순위교체가 일어난 것은 시장성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PC 판매량은 6220만 대로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출하량은 2억7천만대 정도로 여전히 거대한 시장으로 꼽힌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대형 전자업체가 PC시장의 침체에 선제대응해 사업을 축소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다른 제품에 집중하며 PC 전문기업들은 오히려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맞고 있다.
가트너는 “효과적인 사업전략을 앞세운다면 지금의 PC시장은 오히려 성장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기존 주요업체들이 다양한 전략을 앞세워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화웨이는 최근 고가 노트북 ‘메이트북’ 시리즈를 내놓고 PC시장에 처음 진출하며 “PC시장의 정체에서 기회를 잡아 수년 안에 글로벌 1위 PC업체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화웨이는 전용 키보드 등을 탑재해 PC 수요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투인원 태블릿과 차별화할 수 있는 프리미엄 노트북 라인업을 앞세웠다. 고사양 제품의 가격은 최대 1900달러에 이른다.
고사양 노트북의 차별화요소는 결국 업무 활용성 개선과 고성능 콘텐츠 구동을 위해 태블릿보다 앞선 성능의 반도체를 탑재하는 것으로 꼽힌다. 휴대성이나 디스플레이에서는 이미 태블릿을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PC업체들 사이에서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며 프리미엄 노트북의 성능도 스마트폰시장과 같은 상향평준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PC업체들의 고사양 노트북 경쟁으로 약 5년 만에 PC용 D램의 탑재량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고성능 CPU와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고사양 노트북은 자연히 이를 구동하기 위한 D램 탑재량도 늘릴 수밖에 없다. 고성능 콘텐츠의 원활한 재생과 고용량 지원을 위해 낸드플래시를 적용한 SSD의 탑재용량도 늘어나게 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PC업체들이 출시하는 프리미엄PC는 최소 8기가 램에 256기가 SSD를 탑재했고 게임용 노트북PC는 최대 32기가 램, 1테라(1024기가)바이트 용량의 SSD를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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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HP의 고성능 노트북 '스펙터360'.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바일과 서버분야로 매출처를 다변화했지만 여전히 D램 매출의 20% 안팎을 PC용D램에서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PC용D램은 탑재량 증가폭이 스마트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 실적개선에 실질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낸드플래시 탑재용량도 스마트폰의 경우 대부분 128기가, 최대 256기가에 그치는 반면 PC용 SSD는 512기가 이상의 낸드플래시 탑재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어 성장전망이 밝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프리미엄 노트북 최대업체인 애플이 본격적으로 PC사업 축소에 나서며 반도체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PC시장의 주도권을 노린 후발주자들의 성능경쟁이 치열해지며 이런 효과는 대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노트북용 D램 수요가 2년 연속 감소헸으나 올해는 9%에 이르는 성장폭을 보일 것으로 추정했다. SSD용 낸드플래시 수요는 6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