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허락을 놓고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요구와 간극이 큰 조건을 내걸었다.
금호산업은 9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20년 동안 매출의 0.5%를 사용료로 낼 것을 조건으로 금호타이어 상표권 전용사용을 허용하겠다는 최종안을 결의했다. 일방적으로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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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금호산업은 이날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이사회 결의내용을 공문으로 보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다른 기업의 유사 사례를 고려해 조건을 산정했다”며 “금호타이어 브랜드의 시장가치와 비계열회사에 상표권 사용을 허가하는 데 따른 유지 및 관리 비용 증가, 20년 동안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금호산업은 채권단 요구치의 2.5배인 사용요율을 제시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연간 매출이 3조 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해마다 150억 원씩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금호산업은 다른 대기업 지주회사의 브랜드수수료율과 비교해 높지 않은 요율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르노삼성과 삼성웰스토리가 삼성그룹에 지급하는 브랜드 수수료율이 각각 0.8%과 0.5%라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금호타이어 해외법인은 매출의 1%를 상표권 사용료로 내고 있다. 경쟁사인 한국타이어그룹도 국내 계열사 0.4%, 해외자회사 1%의 상표권 사용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계약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더블스타 측에 일방적 해지권을 인정하라는 채권단 요구에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6월5일 제시한 조건 가운데 20년 동안 상표권 사용을 보장받으면서도 3개월 전에 서면통지만 하면 해지가 가능하다는 내용도 불합리하다”며 “산업은행의 요구에 최대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협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방금 전에 통보받아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주에 주주협의회를 열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의 제안을 공유하고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회장 측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금호타이어를 매수하는 더블스타가 결정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더블스타가 1조 원에 이르는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을 제시하면서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을 감안했던 만큼 금호산업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타이어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더블스타가 채권단에 추가협상을 요구해 채권단이 매각금을 낮추는 등 수정안을 내놓을 수도 있고 상표권 사용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수전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채권만기를 연장할지를 놓고 채권단이 내리는 결정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6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금호타이어의 차입금 1조3천억 원의 상환을 9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안건을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에 부의했다.
채권단과 더블스타 사이의 금호타이어 매각협상 기한은 9월23일이지만 우리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이달 15일까지 채권만기를 연장해 줄지를 놓고 입장을 정해야 한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회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산업은행 측이 박 회장과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의 자진사퇴를 박 회장 측 고위 임원을 통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은행 관계자는 “공식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