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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왼쪽)가 지난해 11월30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와 합작조선소 건설과 관련한 상호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마친 뒤 알 나세르 아람코 사장으로부터 선물을 전달받고 있다. |
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합작조선소 건설을 본격화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사업은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전무가 적극적으로 진두지휘해온 사업이다.
정 전무가 경영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조선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와 협력해 진행하는 합작조선소 건설사업이 곧 본궤도에 오른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아람코와 현대중공업 등이 사우디아라비아 동해안에 위치한 주베일 산업도시 근처의 라스 알 카이르 지역에 합작조선소를 건설해 2019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5월31일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서 아람코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해운사인 바리,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너지엔지니어링기업 람프렐 등과 ‘합작조선소 설립 등에 관한 주주계약서’를 체결했다.
주주계약서 체결로 현대중공업이 앞으로 합작조선소 설립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 합작조선소 설립을 위한 조인트벤처(JV)의 지분을 10% 보유하게 된다. 아람코가 지분 50.1%를 보유하고 바리와 람프렐이 각각 20%, 19.9%의 지분을 가지게 되는 것과 비교하면 사업참여비중은 낮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976년에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수주한 뒤 현재까지 40년 넘게 전략적 협업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현대중공업이 사업확장에 필요한 기회를 더욱 많이 잡을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합작사업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주되는 선박을 놓고 수주우선권을 확보하고 조선소의 운영 등에 참여해 다양한 부가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 사업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낼 경우 정기선 전무가 현대중공업그룹 안팎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게 될 것으로 조선업계는 바라본다.
정 전무는 2013년 현대중공업의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입사하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밟기 시작했다.
정 전무는 2015년 11월에 아람코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직접 체결하며 경영의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정 전무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FTF)을 이끌며 프로젝트 추진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정 전무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여러 차례 방문하는 등 실무협상까지 지휘하면서 프로젝트의 시작단계부터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겼다.
이후에도 정 전무는 사우디아라비아 장관 등을 만나 합작사업을 논의하는 등 사우디아라비아 사업추진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최길선 회장이나 권오갑 부회장 등 현대중공업 경영진의 관여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정 전무가 사우디아라비아 사업을 주도해온 셈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 전무는 과거에 아람코 고위 경영진로부터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DNA를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받은 오너경영인”이라며 “합작조선소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경영후계자라는 입지를 확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