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글로벌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벌리며 점점 더 강력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대규모 투자로 발빠르게 뒤따르고 있다.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 BOE 등 글로벌 패널업체들은 올레드에서 한국업체들을 따라잡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자 LCD패널의 기술개발로 올레드를 뛰어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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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이민희 흥국증권 연구원은 31일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춰 이미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절대적인 시장영향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원판 기준으로 월 29만 장 정도의 중소형 올레드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대규모 시설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내년에는 46만 장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중소형 올레드에 뒤늦게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LG디스플레이의 생산능력은 월 3만5천 장에서 5만 장 사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경쟁구도가 펼쳐질 경우 스마트폰업체들에 공급하는 가격은 더 낮아질 공산이 크다. 모바일 디스플레이시장이 LCD에서 올레드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현대증권은 올레드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폰의 비중이 지난해 13%에서 내년에는 50%를 넘는 수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패널업체들은 삼성디스플레이를 겨냥해 중소형 올레드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에서 추격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만이 기존에 사업경험이 있어 유일한 대항마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올레드 진출계획을 완전히 포기하고 LCD패널의 기술적 약점을 극복해 올레드패널과 맞대결을 노리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본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에 LCD패널을 공급하며 대부분의 실적을 올린다. 하지만 올해부터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가 이를 대체하며 타격이 불가피하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르면 내년부터 올레드패널 2차 공급업체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는 현실적으로 수년 안에 올레드 기술력을 맞경쟁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는 이에 대응해 LCD패널의 성능과 화질, 생산원가 등을 절감해 올레드패널을 다시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샤프는 최근 구글과 협력해 가상현실기기에 적용할 LCD패널 신기술 개발에 나섰다. 올레드에 비해 약점으로 꼽히는 LCD의 화면 응답속도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또 올레드패널보다 더 높은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 LCD 기술개발에도 나섰다.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할 경우 이를 스마트폰으로 확대적용하며 올레드패널과 맞대결을 노릴 수 있다.
샤프는 이전부터 모회사인 대만 홍하이그룹의 지원에 힘입어 LCD패널의 화질과 생산원가를 개선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과 홍하이그룹의 오랜 협력관계를 통해 애플의 디스플레이 주요공급업체로 다시 올라설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샤프는 최근 들어 올레드패널 대신 LCD로 기존 모바일 고객사를 끌어들이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며 “올레드 기술확보가 늦어지자 전략을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재팬디스플레이 역시 지난해부터 검토하던 중소형 올레드 진출계획을 포기하고 LCD에 더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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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왼쪽)과 재팬디스플레이의 휘어지는 LCD패널. |
재팬디스플레이는 현재 올레드패널로만 구현할 수 있는 곡면화면을 대체할 수 있는 ‘휘어지는 LCD’ 기술개발을 완료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미 스마트폰업체들과 공급협상을 마무리했고 이르면 내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중국 BOE는 최근 ‘퀀텀닷’ 소재를 적용해 화질을 높인 모바일 LCD패널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QLEDTV에 적용한 기술을 더 발전시켜 소형화한 뒤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재팬디스플레이와 BOE는 각각 일본과 중국정부에서 대규모 지원을 받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 독주를 겨냥한 공세가 강화될수록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레드패널은 기술적 특성상 생산비용과 공급능력에서 LCD패널에 결국 밀릴 수밖에 없다”며 “재팬디스플레이와 샤프 등이 올레드에서 한발 물러나 LCD 기술개발에 더 집중할 경우 한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