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부실경영 논란에 휩싸였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실적이 지속적으로 저조한 데다 그 배경으로 그룹 재건에 도움을 준 기업들에 은혜를 갚기 위해 금호타이어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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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3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9일 오후부터 KDB산업은행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상표권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상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에 먼저 요청해 마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을 불허하는 방식으로 금호타이어 매각절차가 장기화되도록 유도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금호타이어 부실경영 논란이 불거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 회장은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과정에서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압박을 받았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진행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매각절차가 무산될 경우 금호타이어는 경영정상화가 힘들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부실하게 경영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경영권 회수와 법정관리 등에 나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박 회장은 더블스타가 제시한 금호타이어 인수대금이 1조 원에 가까운 만큼 금호타이어가 부실하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호타이어 부실경영 논란은 계속 불거져 나왔다. 박 회장이 그룹재건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기업들에 유리한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등으로 대가를 치르느라 금호타이어가 희생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돌았다.
금호타이어가 LG화학이나 CJ대한통운과 맺은 계약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금호타이어는 2016년 1월1일 LG화학과 미국의 조지아 공장에 합성고무를 전량 공급하기로 합의하고 합성고무 3만 톤 물량공급을 보장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물량이 많은 데다 전량공급계약이 타이어업계에서 흔하지 않은 일인 만큼 비상식적인 계약을 체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1위 타이어회사인 한국타이어의 경우 합성고무가 없으면 타이어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공장마다 최소 2개 이상의 공급업체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조지아공장은 가동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품질관리 필요성이 있어 ‘1품목 1공급업체’ 원칙을 적용한 것”이라며 “앞으로 공장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면 계약 갱신 등 구매처를 다변화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체평가를 통해 LG화학이 지정됐을 뿐”이라며 “설립한지 오래된 국내 공장들의 경우 공장마다 2~3개 업체로부터 고무를 공급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호타이어는 CJ대한통운과 2016년 1월1일 물류운송위탁계약도 체결했다. CJ대한통운과 계열사들에 금호타이어 물류운송위탁 독점권과 우선협상권을 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타이어회사가 물류회사에 독점권이나 우선협상권을 주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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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 |
금호타이어는 2014년 말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실적이 급감했는데 이런 대가성 공급계약 등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금호타이어 매출원가율이 한국타이어나 넥센타이어보다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매출원가율은 2014년 70.55%였던 데서 올해 1분기까지 지속적으로 올랐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81.29%를 기록해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보다 각각 16.31%포인트, 13.90%포인트 높다.
금호타이어는 2015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404억 원, 영업이익 1360억 원을 냈다. 2014년보다 매출은 11.6%, 영업이익은 62,1% 줄었다.
금호타이어는 2016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9472억 원, 영업이익 1201억 원을 거뒀다. 2015년보다 매출은 3.1%, 영업이익은 11.7% 감소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1분기에도 실적부진을 겪었다.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6693억 원, 영업손실 282억 원을 올렸다. 2016년 1분기보다 매출은 4.6%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원가율은 공장별로 차이가 나고 제품별로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원가율만 놓고 금호타이어 실적부진이 원가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