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해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을 두고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집행부는 단식투쟁과 울산시의회 옥상점거 농성 등으로 회사의 태도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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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 백형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
하지만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을 비롯한 회사 경영진들은 경영상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태를 매듭짓기 위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 간부들이 2016년도 임단협을 놓고 투쟁강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김진석 현대중공업 노조 수석부지부장과 김병조 정책기획실장은 현재 울산시의회 건물 옥상에서 5일째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백형록 노조지부장이 노조사무실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간 지도 12일째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해 임단협 교섭을 두고 단 한 가지 사항에도 합의하지 못하면서 협상기간만 늘어지자 노조가 농성이라는 강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병조 정책기획실장은 “현재 1년 넘게 교착상태에 빠진 임단협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입장변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며 “아직 현대중공업 사측으로부터는 아무 입장도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부터 다섯 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내는 등 경영이 점차 정상화궤도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회사가 노동자들의 임금 20%를 반납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실장은 “현재 울산시와 울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등에 임단협 장기화에 대한 책임이 노조와 회사 둘 중 누구한테 있는지를 분명히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며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해 임단협이 길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회사가 억지를 피워가며 노조의 파업을 유도하고 있는 것인지 정확히 밝혀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노조문제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현대중공업 경영진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농성문제에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사갈등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권오갑 부회장과 강환구 사장도 노사갈등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9일 인사저널을 통해 “회사는 지난 몇 년 동안 장기불황과 수주가뭄, 대규모 적자 등으로 많은 직원들을 내보내는 등 아픔을 겪었다”며 “두번 다시 이런 불행이 없어야 한다는 각오로 임직원들의 고통을 나누는 등 함께 사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회사는 “단식과 점거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노조에 거듭 요청한다”며 “하루 속히 교섭에 복귀해 진지한 자세로 현안을 놓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나가자”고 덧붙였다.
노조는 경영진이 결단을 내려야만 임단협 문제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백형록 지부장의 단식투쟁과 다른 간부들의 옥상점거 투쟁현장에 회사 관계자들이 찾아오지도 않고 인사저널을 통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권 부회장이 임단협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