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삼성SDI도 이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사업분야에 집중하며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높은 매출의존이 과거 삼성전기와 삼성SDI의 실적부진에 주요원인으로 꼽힌 만큼 부품업황이 악화할 경우 다시 실적부진의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삼성전자 부품사업 낙수효과 노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전자계열사가 삼성전자의 부품사업 확대에 따른 낙수효과를 얻으면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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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왼쪽)과 전영현 삼성SDI 사장. |
삼성전기는 반도체패키징 신기술인 PLP사업진출을 전략과제로 삼고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약 2632억 원을 들였고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추가투자계획을 내놓았다.
지난해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이 240억 원에 그쳤고 올해 영업이익이 3천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공격적인 수준의 투자라고 할 수 있다.
PLP는 반도체 회로를 부착하는 기판을 사각형의 대면적 패널에서 생산하는 기술로 생산원가를 기존보다 최대 40% 절감하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기는 이를 삼성전자의 AP(모바일프로세서)에 공급하며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고 향후 애플과 같은 외부 고객사까지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AP의 탑재비중을 늘리고 위탁생산사업 확대를 목표로 조직개편을 실시하는 등 시스템반도체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대규모 시설투자도 예정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PLP기술이 삼성전자에 본격적으로 공급될 경우 자체AP와 위탁생산사업에서 모두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삼성전기도 신사업의 성과를 앞당기는 상부상조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SDI 역시 삼성전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모두 공급하는 전자재료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본업인 배터리에서 실적개선 속도가 늦어지는 데 대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삼성SDI는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편광판소재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선제적인 시설투자에 나섰다. 전자재료 관련 설비투자가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삼성SDI의 배터리사업은 모두 2500억 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전자재료사업은 영업이익 2500억 원을 내 지난해보다 4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가 적자와 흑자의 경계선에서 배터리사업의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삼성전자 부품사업 성장의 수혜를 노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의 공급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기와 삼성SDI의 올해 임원인사에서도 이런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삼성전기의 승진인사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하상록 부사장 등 PLP사업 담당임원에 집중됐다.
삼성SDI의 임원승진자 6명 가운데도 전자재료 담당 임원이 5명으로 압도적이다. 올해 대표이사에 오른 전영현 사장도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사업부장을 역임한 반도체 전문가다.
◆ 실적 동반부진 재현 우려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각각 기판사업과 중대형배터리 등 부진한 사업부문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시장의 침체로 삼성전기의 카메라모듈 등 부품사업과 삼성SDI의 소형배터리사업도 이전보다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신성장동력 마련이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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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가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소재. |
삼성전기와 삼성SDI의 중요한 실적부진 원인으로는 이전부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매출처 다변화에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 꼽힌다.
삼성전자가 경쟁심화에 대응해 스마트폰의 원가절감에 주력하며 삼성전기의 고가부품 공급은 크게 줄었다. 부품수급처를 삼성전기 외 업체로 다변화하며 공급물량도 대폭 감소했다.
삼성SDI 역시 삼성전자의 수요에 맞춰 스마트폰용 전지 대부분을 기존의 리튬이온에서 리튬폴리머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스마트폰 실적이 급감하며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일제히 직격타를 맞은 것이 삼성전자에 매출의존을 높인 데 따른 대표적인 악재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부품사업 성장전망이 밝아 삼성전기와 삼성SDI도 내년까지 실적을 대폭 개선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기와 삼성SDI 주가도 일제히 신고가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매출을 점점 더 의존하게 되는 사업구조가 자리잡을 경우 스마트폰시장 침체로 받은 타격과 유사한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사업에도 업황악화를 이끌 변수가 나타날 수 있다는 비관론이 꾸준히 나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같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춘 고객사가 사업부진을 이유로 계열사에 단가인하 압력을 강화할 경우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고스란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삼성전자의 부품사업 수혜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본업경쟁력도 꾸준히 키워내야 한다는 과제가 무겁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부품사업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놓고 부정적인 관측도 계속 나오고 있다”며 “삼성전기는 새로운 부품고객사 확보에, 삼성SDI는 중대형배터리 실적반등에 주력해야 근본적인 성장성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