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패널에 집중한 성과로 시장지배력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올레드패널 의존이 너무 높아지면 시장변화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올레드패널의 경쟁우위를 증명하기 위해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전장부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올레드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제품의 출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올레드 ‘올인’ 전략의 명암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패널 중심으로 완전히 사업구조를 바꿔낸 전략의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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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삼성디스플레이는 LCD패널 업황이 악화하자 지난해부터 LCD 생산시설을 대폭 줄이고 올레드패널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거나 신규공장을 건설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 올해 삼성디스플레가 영업이익 7조 원가량을 낼 것으로 증권사들은 내다보고 있다. 영업이익이 2015년과 지난해 2조 원대에서 급증하는 것이다.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로 9조 원 이상을 내놓은 증권사들도 있다. 올레드패널 신규 생산투자효과로 큰 폭의 외형성장과 규모의 경제효과를 통한 수익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에 올레드 투자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생산규모가 계속 늘어나며 압도적인 독주체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주력 스마트폰에 대부분 올레드패널을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올레드 수요급증은 단연 애플이 일등공신이다.
애플이 올해 아이폰에 최초로 올레드패널을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난해 초부터 나오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올레드를 ‘대세’로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권 연구원은 “애플이 올레드 진영에 동참하며 디스플레이산업의 흐름을 바꿨다”며 “시장에서 올레드패널이 대세로 자리잡으며 삼성디스플레이의 빠른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에만 역량을 집중한다면 경쟁업체가 올레드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사이 시장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팬디스플레이와 대만 홍하이그룹 등 올레드 진출을 준비했던 기업들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주체제 강화로 시장진입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LCD패널의 생산원가를 대폭 낮추거나 휘어지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기존의 약점을 개선하는 쪽으로 이미 눈을 돌리고 있다.
홍하이그룹은 애플과 차세대 디스플레이기술인 마이크로LED 연구개발 및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수년 안에 애플이 올레드 대신 홍하이의 패널을 독점적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올레드패널은 기술적 특성상 공정이 까다롭고 진입장벽도 높아 생산할 수 있는 업체의 수가 적다”며 “근본적으로 LCD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삼성전자 역할 중요해져
과거 PDP(플라즈마패널)와 샤프의 이그조(IGZO) 방식 LCD패널 등이 시장에서 빠르게 유행했지만 단기간에 시장에서 외면받은 적이 있다.
후지쯔와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기업이 주도하던 PDP는 LCD보다 화질과 시야각 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TV시장에서 급성장했지만 적용분야를 넓히지 못하고 원가경쟁력 확보에도 실패해 10년 만에 종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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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디스플레이 올레드패널을 적용한 다양한 제품의 콘셉트 이미지. |
샤프의 이그조 LCD패널은 애플이 가장 선호하는 패널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고해상도 패널의 수율 등 기술적 문제를 겪으며 고객사 확보가 어려워져 결국 샤프가 경영난에 빠지도록 한 원인이 됐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올레드패널의 생산투자를 지금과 같이 계속 확대하며 매출의존을 높인다면 글로벌시장에서 올레드의 인기가 사그라들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특히 '올레드 대세'를 이끌고 있는 애플이 다른 패널기술을 선택한다면 글로벌 스마트폰업체도 이를 따라라갈 수 있어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 탑재를 대폭 줄일 공산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레드패널의 우위를 지속증명하려면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올레드만이 갖춘 기술적 특징을 적극 활용한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들이다.
애플이 아이폰에 올레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자가 올레드를 활용한 곡면화면을 갤럭시S6때부터 꾸준히 적용하며 디자인 변화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장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이에 그치지 않고 현재 개발중인 접는 스마트폰 출시를 앞당기고 신사업인 자동차 전장부품과 가상현실기기에 올레드패널을 적용하는 등 사업영역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투자자포럼에서 “접는 스마트폰용 올레드패널은 기술적으로 준비된 상황”이라며 “고객사가 출시를 언제로 결정하는지가 사업진출에 관건”이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또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올레드를 적용하기 적합한 분야”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올레드는 기술적 특성상 LCD보다 환경변화에 강하고 응답속도가 빨라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근본적인 올레드 기술경쟁력을 충분히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적용분야를 넓히려면 현재 약점으로 꼽히는 내구성과 밝기, 양산수율과 해상도 등이 대폭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올레드패널이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모바일기기를 벗어날 수 있는 성장기회를 만들기 위해 핵심기술 연구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