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계획을 철회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다시 지배구조개편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문재인 정부에서 재벌기업을 중심으로 엄격한 지배구조 정상화 정책이 실행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기존에 국회에서 발의된 경제민주화법안이 본격적으로 입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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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국회에 발의된 법안 가운데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물산은 지주비율이 50%를 넘어 강제로 지주회사에 지정된다. 지주비율은 지주사의 자산총액 가운데 계열사 주식가치의 비율이다.
기존에 지주회사가 1대주주로 있는 자회사 지분만 지주비율 계산에 포함했는데 개정안은 보유한 계열사의 주식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은 자회사 최소지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50%)을 맞추기 위해 삼성전자 등 보유지분이 적은 계열사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주회사 요건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분가치가 높아 지주비율을 계산할 때 비중이 큰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핵심이기 때문에 삼성물산이 이 두 회사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낮아져 매각을 검토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물론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아 지배력을 높일 수도 있지만 상속세율을 높이는 법안도 발의돼 있어 이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단독으로 상속한다고 가정하면 약 9조4천억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상속세율이 높아질 경우 그 부담은 더 커진다.
그렇다고 삼성물산이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시가총액이 높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만만치 않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가 될 경우 4년 이내에 삼성전자 지분 15.2%(약 45조 원)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고 김 연구원은 추산했다. 자회사 최소지분율을 30%로 높이는 법안도 통과될 경우 지분 25.2%(약 74조 원)을 매입해야 한다.
삼성물산의 자금여력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인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다음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합병해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이 다시 추진될 수 있다고 김 연구원은 파악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지주사 전환계획을 철회하고 자사주도 모두 소각하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안고 있는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계획을 여전히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은 당분간 공백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의 통과가 다시 변수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