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낸드플래시인 3D낸드분야에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예상보다 큰 규모로 증설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차세대공정 도입을 앞당기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
|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2일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3D낸드 투자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며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성능과 생산효율을 높이는 3D낸드 기술에서 가장 앞선 성과로 2015년부터 사실상 시장을 독점해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인텔과 도시바 등 경쟁업체들이 연말까지 계획하고 있는 3D낸드 생산투자 규모가 삼성전자를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웨이퍼 기준으로 월 12만 장의 3D낸드 생산시설을 갖췄는데 올해 이를 30만 장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경쟁사들의 투자규모는 총합 28만 장 규모로 추산된다.
김 연구원은 “올해 전 세계 3D낸드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64%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용량 SSD의 수요증가가 지속돼야만 증가하는 공급물량을 원활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경쟁업체의 투자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글로벌 3D낸드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출하량 점유율은 2015년 100%, 지난해 66% 정도에서 올해 연말에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김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3D낸드 기술력을 앞세워 후발업체들과 차별화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어전략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48단과 64단 3D낸드를 주력으로 양산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96단 3D낸드의 개발을 마무리한 뒤 양산에 들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
|
|
▲ 삼성전자의 3D낸드 기술 안내. |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도시바는 올해부터 64단 3D낸드 양산을 시작해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 이보다 앞선 72단 공정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96단 3D낸드를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전까지는 64단을 주력으로 앞세울 수밖에 없어 경쟁업체들과 기술격차를 증명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D낸드는 단수가 올라갈수록 성능과 생산효율이 개선되지만 기술수준도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96단 3D낸드를 개발중이라고 밝혔지만 양산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3D낸드에서 압도적인 수익성과 경쟁우위를 지켜온 이유는 기술력에서 1년 이상 격차를 벌렸기 때문”이라며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생산투자로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