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보험사들의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확정해 발표했다.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는 이와 관련해 자본확충 및 관련 감독규정 변경 등으로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회계기준원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새 국제회계기준서을 확정발표하고 2021년 1월1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새 국제회계기준이 적용되면 보험회사들은 보험금 지급에 대비한 책임준비금을 계산할 때 보험계약 당시의 금리(원가) 대신 현재 금리(시가)로 평가해 부채로 잡아야 한다. 현재는 처음 보험계약을 맺은 시점의 금리를 기준으로 보험부채를 계산한다.

이에 따라 과거에 고금리로 금리확정형 상품을 팔았던 보험사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부채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연구원은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보험업계의 가용자본금이 현재보다 47조 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보험사들은 최근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해 유상증자 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해왔지만 앞으로도 자본확충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또 보험사의 수입보험료 전체를 영업수익(매출)로 인식하지만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그 해에 제공된 보험서비스와 관련된 보험료만 영업수익으로 반영된다.

과거의 재무제표도 시가법을 적용해 그 당시의 시장금리와 위험률 등으로 재측정해야 하지만 추정이 어려울 경우 전환일 당시 할인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새 국제회계기준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내용을 번역해 6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기업들이 미리 참조해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또 새 국제회계기준의 영향을 분석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5월에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공표한다.

금융위원회도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의 연착륙을 돕기 위해 조치를 취한다. 3월부터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준비위원회를 꾸려 제도변경을 대비해왔다.

금융위는 12월부터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를 시행해 보험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한다.

3분기에 감독규정을 개정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을 돕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 목적도 폭넓게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하는 위험성 감독체계를 만들어 보험산업의 기틀을 재정립할 것”이라며 “보험사들의 급격한 지급여력비율(RBC) 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