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무디스 선임 신용평가관인 소피아 리 이사는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은행들은 경제성장 둔화와 소비심리 부진, 대내외적인 정책 리스크 확대 등에 따른 비우호적 영업환경에 있다”며 “새 정부 출범으로 가계부채 및 기업구조조정의 정책방향에서 불확실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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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중은행의 창구 모습.<뉴시스> |
무디스는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 2.5%, 내년 2.0%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인 2.7%보다 낮은 수준이다.
무디스는 지난해 5월부터 한국 은행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해 왔다.
개별로 신용등급을 매기는 국내 은행 17곳 가운데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6개 은행에는 지난해 4월부터 ‘부정적’ 등급전망을 매기고 있다. 나머지 은행의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다.
은행권의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리 이사는 “새 정부의 중소기업지원 정책은 특별한 부담이 되지 않겠지만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완화 조치를 도입하면 은행권 전체가 그 비용을 분담해야 할 것”이라며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기업의 매출 부진과 시장금리 인상으로 기업대출과 관련해 자산건전성 악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권이 조선과 건설 등 취약 업종에 빌려준 돈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책은행의 경우 시중은행들보다 부실채권 비율이 높은 만큼 산업 구조조정에 따라 자산건전성에 압박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바라봤다.
리 이사는 “앞으로 12~18개월 동안 한국 은행권의 자본적정성도 취약해질 수 있다”며 “낮은 수익성과 자본비율 산정시 자본성 채무증권의 단계적 제외 등으로 자본적정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 은행권의 자금조달과 유동성, 수익성과 효율성은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리 이사는 “국내 시중은행의 원화 예대율이 98.3%이고 은행권 전체 외화자금조달 가운데 장기 자금조달 비중이 90%를 웃도는 등 한국 은행권의 자금조달 구조는 안정적”이라며 “신규대출의 금리가 높아져 순이자마진(NIM)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도 낮아진 것으로 파악했다.
리 이사는 “여전히 고비용 구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은행들이 앞으로 엄격한 비용 관리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은행권의 판매관리비용도 개선세로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