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인텔이 그동안 통신칩 반도체시장에서 퀄컴이 구축한 독점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퀄컴이 통신칩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현재 체제가 무너진다면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고 스마트폰의 생산원가도 대폭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 퀄컴 겨냥한 공격 거세져
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인텔은 최근 미국 연방위에 퀄컴의 불공정거래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서를 연달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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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왼쪽)와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
연방위는 올해 초 미국법원에 퀄컴이 통신칩시장을 독점하며 경쟁업체가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 불공정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제소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퀄컴은 스마트폰 등에 탑재돼 3G와 LTE 등 무선통신 신호를 주고받는 통신칩(모뎀)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기술력이 미디어텍 등 경쟁사와 비교해 크게 앞서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퀄컴은 통신칩을 공급받는 애플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업체가 반도체를 구매한 뒤 스마트폰 가격의 일부를 별도 특허료로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와 같이 스마트폰과 반도체사업을 동시에 벌이는 기업이 자체 통신칩을 개발해 탑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미국 대만, 중국, 유럽연합(EU)등 세계 정부당국이 일제히 퀄컴의 사업구조를 불공정행위라고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애플 역시 퀄컴에 지불하는 라이선스비가 과도하다며 별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퀄컴은 아이폰의 미국 판매금지를 신청할 계획까지 검토하며 공격적으로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경우 자체개발하는 통신칩의 기술력을 충분히 끌어올려 퀄컴과 본격적으로 맞경쟁을 노릴 수 있게 되자 시장진출을 노려 공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퀄컴이 독점하고 있던 애플 아이폰의 통신칩 공급업체로 지난해부터 처음 진입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삼성전자 역시 시스템반도체사업부에서 자체 통신칩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인텔은 공식성명을 통해 “인텔은 통신칩분야에서 퀄컴과 경쟁을 노리고 있지만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신규업체의 진출을 막으며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역시 자체 통신칩 개발에 성공했지만 퀄컴이 관련특허를 개방하지 않아 부당하게 시장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 삼성전자 반사이익 노려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템반도체사업부를 설계부와 위탁생산사업부로 분리하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삼성전자는 각 사업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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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담당하던 시스템LSI사업부장에 강인엽 부사장이 선임됐다. 강 부사장은 퀄컴에서 13년 정도 근무하다 2010년부터 삼성전자에서 통신칩 개발을 전담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설계에서 통신칩 분야의 역량확보와 시장진출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조직개편과 보직이동을 실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퀄컴의 통신칩을 공급받아 탑재하며 막대한 라이선스비를 지불하고 있다. 자체개발한 통신칩이 기술력 문제와 퀄컴의 방해 등으로 거의 탑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퀄컴이 통신칩 관련 특허를 독점하지 못하게 되고 삼성전자가 자체개발한 통신칩의 기술개발에 주력해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이를 스마트폰 주력제품 대부분에 탑재할 수 있다.
이 경우 반도체 공급가격과 라이선스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고 통신칩 공급을 외부업체까지 확대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향후 5G통신이 보급되며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이 발달할수록 통신칩의 시장규모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전과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으로 통신칩의 신규 수요처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퀄컴이 세계 정부당국과 경쟁업체들에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만큼 이전과 같은 독점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가 퀄컴의 최대 고객사이자 경쟁자로 이런 변화에 가장 큰 수혜를 볼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블룸버그는 “퀄컴이 법적분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주가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른 반도체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호재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