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에 따라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위원장은 대선이 치러지기 전인 8일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임 위원장의 공식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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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금융위원장은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사표제출 대상자가 아님에도 임 위원장이 스스로 사표를 내면서 임 위원장의 거취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하게 됐다.
임 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제정책 목표가 임 위원장이 추진해온 금융정책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성화하기 위해 은산분리 완화와 금융권 성과연봉제 확대 등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를 위해 정치권과 국회에 여러차례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은행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에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은산분리 원칙을 적용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또 성과연봉제 도입 및 확대안의 경우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금융권에서는 다음 금융위원장 후보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했던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와 홍종학 전 의원, 김기식 전 의원 등과 관료 출신인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다음 금융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과 국회 인준, 새 총리의 각 부처 장관 임명제청권 행사 등의 과정을 고려하면 빨라야 6월 말쯤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가 문재인 정권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금융위원회를 해체하고 감독기능을 금융감독원에 통폐합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제시했다.
조직개편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금융위를 해체한 뒤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로 넘기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해 금감원 아래 두는 방식이다.
조직개편이 이런 방식으로 이뤄질 경우 임 위원장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 경우 뚜렷한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았던 데다 금융감독체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새로 만들어지는 금융감독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문 대통령이 인수위원회를 꾸리지 못한 채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조직개편은 이른 시일 안에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조직개편에 따라 언제든지 자리가 없어질 수 있는 만큼 새 사람을 임명하기 보다는 임 위원장이 자리를 보전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임 위원장이 탄핵정국와 조기대선 국면에서 사실상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관료로서의 능력을 입증한 만큼 차기 정권에서도 주요 요직을 맡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위원장은 관료로서 기획재정부 안팎에서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며 “현재 경제부처 요직을 맡을 것으로 거명되는 인사들이 나이가 많거나 학자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젊고 관료 출신인 임 위원장에게도 기회가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