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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지난달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개발자행사 'F8'에서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가상현실(VR)을 페이스북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가상현실 전문회사 오큘러스가 지난해 각종 악재에 부딪쳤지만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가상현실 생태계의 중심으로 만드는 데 속도를 더욱 내고 있다.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동시공략
9일 IT업계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가상현실에 관련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는 4월에 미국에서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대회 ‘F8’에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AR)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새 방식이 될 것”이라며 “페이스북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해 새로운 세상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가상현실기기 ‘리프트’의 중저가형 모델을 만들기로 하는 등 가상현실 하드웨어의 보편화에 힘쓰고 있다.
최근 360도 영상을 촬영해 가상현실 콘텐츠로 바꿀 수 있는 360도 카메라 ‘서라운드360 카메라’도 공개했다. 공 모양의 카메라 디자인을 파트너회사에 라이선스를 받고 판매하는 사업모델을 함께 구축했다.
저커버그는 오큘러스 리프트의 이용자들이 실제로 만나 이야기하고 영상을 같이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가상공간 소프트웨어인 ‘페이스북 스페이스’도 선보였다.
페이스북이 강점을 보유한 사회적관계망을 가상현실에 접목해 게임 등 일부 콘텐츠에 쏠린 가상현실 생태계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2014년 오큘러스를 인수한 뒤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가상현실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사업에 지금까지 2억5천만 달러를 투자했고 앞으로도 같은 금액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가상현실기기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한국 정부와 협약을 체결해 가상현실 관련 스타트업회사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협력망도 확대하고 있다.
미국 USA투데이는 “페이스북은 다른 기술회사들이 모바일기기를 보유한 것처럼 가상현실을 소유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쪽에 모두 신경을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 오큘러스 악재 털어낸다
오큘러스 경영진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상당수가 물갈이됐다. 저커버그는 인사를 통해 오큘러스의 가상현실사업을 재정비했다고 할 수 있다.
휴고 바라 전 샤오미 부사장이 오큘러스를 비롯한 페이스북의 가상현실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오큘러스의 공동 창업자 가운데 팔머 럭키는 회사를 떠났고 브랜든 아이리브는 대표이사에서 PC용 가상현실부문장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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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의 자회사 '오큘러스'가 만드는 가상현실기기 '오큘러스 리프트'. |
저커버그는 2014년 오큘러스를 인수하는 데 인센티브를 포함해 30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오큘러스가 지금까지 거둔 성과는 기대 이하로 평가된다.
오큘러스는 지난해 3월 가상현실기기 리프트를 출시했지만 경쟁제품인 HTC의 ‘바이브’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VR’에 크게 밀렸다.
시장조사기업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리프트는 지난해 24만 대 팔렸다. 바이브가 42만 대, 플레이스테이션VR이 75만 대 판매된 데 비해 부진하다.
오큘러스는 2월 게임개발사 제니맥스로부터 가상현실기기를 만들 때 필요한 컴퓨터 코드를 무단도용해 침해한 혐의로 3억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법정에 직접 나와 “오큘러스의 가상현실기기는 오로지 오큘러스 고유의 기술로만 만들어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증언했지만 배상판결을 받아 체면을 구겼다.
저커버그가 가상현실에 주로 투자하던 데에서 벗어나 최근 증강현실사업을 함께 강화하고 있는데 오큘러스의 부진을 고려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은 가상현실기술을 포기하지 않겠다”면서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동전의 양면과 같으며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