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한미자유무역협정(한미FTA) 재협상으로 관세가 오르면 특히 신차와 제네시스 차량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산업이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또는 폐기로 받을 피해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넘어 폐기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한국 정부는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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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재협상 또는 폐기될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온다.
한미자유무역협정으로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에 수출될 때 관세율은 2012년 2.5%에서 점차 낮아져 2016년 0%로 완전 철폐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 이뤄지면 피해액이 최대 170억 달러에 이르며 특히 자동차 관련 산업에서 발생할 피해액이 최대 10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 만큼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으로 입을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연간 각각 37만 대, 36만 대를 생산하고 있는 데다 미국 수요를 담당하는 기아차 멕시코공장은 2018년까지 연간 40만 대로 생산능력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미국판매는 142만 대 이상으로 현지 생산능력을 크게 웃돈다. 미국이 멕시코에 관세 압박을 지속하고 있어 기아차 멕시코공장 활용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하지 않는 한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을 수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따른 피해를 피할 수 없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쏘나타, 엘란트라, 싼타페, 옵티마, 쏘렌토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투싼, 스포티지, 쏘울 등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차종도 적지 않다.
특히 제네시스 차량을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으로 제네시스가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 고급차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은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신차를 출시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형세단 스팅어와 G70, 소형SUV 코나 등 글로벌 신차를 국내에서 우선 출시한 뒤에 미국 등 해외에서도 선보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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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G80'. |
신차는 출시 초기에 국내에서 생산돼 해외로 수출되기 때문에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으로 관세가 부활하면 미국 진출길이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특히 작은 차급일수록 가격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신차효과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보호무역주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추가로 신규공장을 지어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도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 글로벌 완성차회를 상대로 미국에서 투자를 늘릴 것을 주문하자 현대차는 향후 5년 동안 미국에 31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올해 초에 밝혔다. 투자금은 미래차 연구개발과 새로운 차종을 생산하는 설비를 구축하는 데 쓸 것이라며 새 공장을 짓는 것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지만 현재로선 미국에 새 공장을 짓는 계획은 없다”며 “미국에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약화하고 있다고 파악해 기아차 멕시코공장 활용도를 높이고 지속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