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KB금융그룹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신한금융의 선두를 지킬 수 있을까.
조 회장은 리스크관리 등에 집중해왔던 신한금융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계열사 지원 및 인수합병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 신한금융 턱밑까지 따라붙은 KB금융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내며 금융지주 1위를 수성했지만 KB금융과 순이익 격차는 더욱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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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두 금융그룹의 순이익 격차는 지난해 1분기 23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270억 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신한금융은 2008년부터 9년 연속 순이익 1위 자리를 유지해왔지만 KB금융이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은 최근 1분기마다 실적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지만 일회적 요인의 기여가 매우 크다”며 “신한금융은 기존의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무언가 파격적인 선택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신한금융은 카드사를 제외한 은행,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주요 계열사들에서 모두 KB금융보다 낮은 순이익을 거뒀다.
특히 은행의 경우 신한은행은 KB국민은행뿐 아니라 우리은행보다도 낮은 순이익을 거둬 3위에 머물렀다. 1분기 순이익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 6635억 원, 우리은행 6057억 원, 신한은행 5346억 원이다.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KB국민은행이 앞섰다. 3월 말 기준으로 KB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은 1.66%, 신한은행의 순이지마진은 1.53%로 집계됐다.
KB금융의 추격은 앞으로 더욱 매서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그룹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KB증권의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하반기에 상대적으로 이익안정성이 높은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의 이익이 100%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KB금융은 매도가능 유가증권인 SK그룹 175만 주와 포스코 158만 주 등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매각할 경우 3천억 원가량의 이익을 추가로 거둘 수도 있다.
◆ 조용병, ‘관리의 신한’ 바꿀까
신한금융은 그동안 엄격한 리스크관리 체계를 갖춰 ‘관리의 신한’으로 불렸지만 KB금융의 빠른 추격에 기존의 보수적인 움직임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이 1분기에 순이익 선두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신한카드에서 충당금 적립기준 변경에 따른 충당금 환입액 3639억 원이 1분기 실적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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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3월27일 서울 중국 신한은행 본사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조 회장은 계열사 12곳에 2020년까지 중장기 사업계획과 목표실적 등을 담은 ‘2020 프로젝트’를 내놓도록 지시하고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에게 직접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캐피탈,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KB금융보다 업계 순위가 뒤처진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3월 취임사에서 “12개 자회사 가운데 은행과 카드 등 3곳은 시장 1위지만 나머지 계열사는 중위권이거나 존재감이 떨어지는 곳도 있다”며 “시장과 고객 분리를 통해 핵심특화경영 1위를 달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시장 1위 사업자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계열사의 중장기 전략이 모두 세워지면 5월부터 본격적으로 각 계열사별로 선두 재탈환 및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성장가능성이 큰 부문을 중심으로 인수합병과 조인트벤처(JV), 지분투자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국내보다는 해외 매물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2007년 LG카드를 인수한 것을 마지막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하지 않았다.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인수합병을 추진한다. 신한은행의 베트남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은 21일 호주∙뉴질랜드(ANZ) 은행과 베트남 소매금융(리테일)부문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이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 자산규모 30억 달러로 베트남 현지 은행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