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의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실제로는 인도양에서 호주와 연합훈련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된 전략’이라는 말이 무성한 가운데 국방부는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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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20일 외신보도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우리가 하겠다고 말한 것을 정확하게 하고 있을 뿐”이라며 “칼빈슨호는 항해를 계속하고 있으며 북서 태평양의 우리 동맹국들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보장하기 위한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행정부 관료들은 칼빈슨호가 바로 한반도로 향한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며 “당초 발표가 시사했던 것처럼 빨리 향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칼빈슨호가 언제 한반도에 도착할지 정확한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행정부의 해명을 두고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폭스비즈니스 채널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우 강력한 함대를 보내고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며 “북한의 핵실험 도발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그 발언은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칼빈슨호 해프닝'이 연막작전이었다고 변명하겠지만 미국을 향한 한국민의 신뢰를 갉아먹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언론도 미국 비판에 가세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 항모 북한 이동 거짓논란, 트럼프의 권위가 훼손됐다’는 제목의 20일자 사설에서 “미국의 군 당국과 대통령이 함께 항모 한반도 접근설이라는 가짜뉴스를 만들었다”며 “미국 역사상 전대미문의 추문으로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비판했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간에 긴밀하게 공조하고 협의는 진행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항로나 이동상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미국과 긴밀하게 공조한다는 발언에 비춰보면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향하고 있지 않았음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국방부가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면 한반도를 온통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으면서 국민들에게는 중요한 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셈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언론인터뷰에서 “칼빈슨호 재배치 문제는 한반도 위기설의 근거가 된 것 아니냐”며 “국방부가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 위기감 증폭에 한몫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 전략을 다시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