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북한 주적’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다.
19일 대선후보 TV토론 때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해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가’라고 묻자 문 후보가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으로서 할 발언이 아니다’고 답해 발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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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
유 후보가 잘못된 사실로 색깔공세를 펼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후보는 20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문 후보가 제대로 된 답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은 북한을 주적이라고 생각 안하는 듯이 얘기했다”며 "주적을 주적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후보를 과연 대통령으로 뽑아서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상욱 바른정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라면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방백서에 북한을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발끈했다.
문 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은 “현재 국방백서에 ‘주적’개념이 삭제돼 있고 육군정책보고서에 주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을 뿐”이라며 “유 후보의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색깔론에 가까운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박 공보단장은 “군사적 적의 개념과 국가 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는 북한을 구별하지 않는다면 모든 국민이 생각하는 북한은 통일의 대상이라는 부분을 어떻게 생각할지 거꾸로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문 후보는 이날 강원대에서 열린 '제37회 장애인의 날 강원도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후보는 국방위원장을 했던 사람인데 명백하게 사실과 다른 것을 전제로 질문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북한은 우리에게 복합적인 관계인데 군사적으로 분명 위협이 되는 적이 분명하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헌법에 의해 우리가 함께 평화통일을 이뤄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각 부처들이 북한을 대하는 입장이 달라야 한다”며 “대통령은 모든 것을 함께 관장하는 종합적인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방부 국방백서에 ‘주적’이라는 표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올해 초 펴낸 ‘2016 국방백서’ 제2절 1항 국방목표에 따르면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돼 있다. 북한 주민과 명백히 분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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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국방백서는 또 1항 앞에 ‘북한의 상시적인 군사적 위협과 도발은 우리가 직면한 일차적인 안보위협이며...(중략)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이는 북한정권과 북한군이 군사적 도발과 위협을 포기하고 평화적인 대화에 나설 경우 우리의 적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군 관계자도 “향후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북한에 대한 표현이 또다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 후보가 ‘북한이 주적’이라고 한 발언은 1995~2000년 국방백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국방부도 현재 주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백서 표현 그대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 그렇게 이해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2004년 국방백서에서 주적이라는 단어를 삭제한 뒤 공식적으로 쓰지 않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주적이라는 용어를 안 쓴다”며 “‘주’라는 수식어없이 북한 정권 자체를 적으로 규정한 것만으로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표현을 한 것으로 판단해 주적 대신 적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3월 16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 대학원을 방문해 “주적 표현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당장 우리군의 변화는 없을 것이며 군은 안보의식을 갖고 든든하게 나라를 지킬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