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타이어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타이어회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데 성공하면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글로벌에서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등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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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식 한국타이어 사장. |
2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기한이 지나면서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4월24일부터 더블스타와 매각협상을 진행한다.
더블스타가 최종적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세계 타이어시장의 판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블스타는 세계 타이어회사 순위 34위 수준인데 14위인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단숨에 상위권으로 뛰어오른다. 세계 타이어시장에서 한국타이어는 7위, 넥센타이어는 20위 권 밖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타이어기술과 영업망을 흡수해 세계 타이어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더블스타는 중국정부를 등에 업고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든 만큼 거대자본을 들여 세계 타이어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874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항공기 타이어를 제조할 수 있는 유일한 국내 회사다. 해외에 5개 생산공장과 9개 판매법인, 16개 해외지사 및 사무소, 연구개발 센터 4곳을 두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분석자료를 통해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금호타이어 유통망과 상표 등을 활용할 뿐 아니라 원자재 공급회사와 협상력도 커진다”며 “이에 더해 중국 정부의 지원까지 받아 입지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해외 판매비중이 높아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로 글로벌 타이어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판매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해외 매출비중이 각각 82.3%와 74.8%에 이른다.
중국만 놓고 보면 한국타이어가 넥센타이어보다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중국 매출비중이 2.0%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중국 판매비중이 각각 12.8%와 15.7%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금호타이어의 중국공장 4곳을 넘겨받아 운영하게 된다. 금호타이어는 중국의 남경과 천진, 장춘 등 3개 공장을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법인의 생산능력은 1800만 본 규모로 알려졌다.
노무라증권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중국에서 생산규모를 120%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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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 |
더블스타도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더블스타 영업망 등을 승용차타이어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블스타는 중국에서 트럭, 버스 등 상용차 타이어를 1년에 1천만 본 생산할 수 있으며 생산규모는 중국에서 5위다.
중국에서 완성차회사 등 국내 제조회사들이 중국의 사드보복 기조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타이어의 중국시장 점유율 하락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타이어가 사드 보복조치에 점유율 확대에 고전하는 사이 더블스타가 중국에서 판매를 늘려나갈 수 있다.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는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7일 “자동차업계는 사드보복 조치 등으로 중국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한국타이어도 1분기에 지난해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13.7%가량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품어 기술을 확보한 이후 한국에서 철수할 경우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