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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6년 9월 인도 뉴델리 총리실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인도가 많은 인구와 빠른 경제성장으로 과거 중국과 같이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성장잠재력이 큰 주요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고속통신망 보급이 확대되고 미디어 콘텐츠에 관심이 높아지며 인도는 TV와 스마트폰에서 글로벌 전자기업의 새 격전지로 떠올랐다.
삼성전자가 인도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중국에서 실패를 교훈삼아 브랜드 이미지 확보와 현지화에 주력하는 전략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인도 전자시장 급성장
19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에서 TV와 스마트폰 등 주요 전자제품의 성장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인도정부는 지난해부터 현지 통신업체와 손을 잡고 국가차원에서 고속통신망 보급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현재까지 80% 이상의 지역에 LTE규격 통신망 구축을 마쳤다.
고속통신망의 보급에 뒤따라 글로벌 콘텐츠기업들이 인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월, 아마존은 12월 인도에 정식으로 진출해 정식으로 동영상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런 시장변화로 스마트폰과 TV의 수요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콘텐츠 고사양화로 자연히 성능과 화질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비중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언스트앤영은 인도 TV시장의 규모가 지난해 약 12조6천억 원에서 2020년 22조3천억 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직 브라운관 방식의 구형TV가 절반 이상의 보급률을 차지하고 있어 콘텐츠시장 발전에 따른 대규모 교체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 스마트폰시장도 가파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아직 스마트폰 보급이 전체 인구 대비 30%정도에 불과해 올해만 1억3천만 대 정도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전자는 인도 전자제품시장에 비교적 일찍 진출한 성과로 굳건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량 점유율 23%, TV 점유율 27%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냉장고 점유율도 30.7%로 1위를 기록해 생활가전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다.
인도에서 삼성전자 등 글로벌 브랜드에 맞설 만한 기술력과 유통망을 갖춘 현지업체가 뚜렷하게 없고 글로벌 경쟁기업들도 인도시장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TRA리서치가 올해 인도에서 진행한 설문조사결과 삼성전자 가전제품의 브랜드 신뢰도는 소니와 LG전자를 뛰어넘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8위에서 크게 뛰었다.
다만 스마트폰의 브랜드 신뢰도는 1위에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말 발생한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와 리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 중국 실패 만회할까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대부분의 전자제품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내수시장의 경쟁을 피해 인도로 진출을 확대하며 적극적인 가격공세를 펼쳐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빠르게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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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왼쪽)과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 |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4%로 1년 전보다 5%포인트 줄었다. 2015년에 40%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가파르다.
TV 역시 현지업체들과 중국의 공세로 위협이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가 3월부터 인도에서 주요 TV제품의 가격을 일제히 15% 정도 인하했는데 중국 공세의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코노믹타임즈 인도판은 “삼성전자 등 해외업체들이 인도에서 TV시장 점유율을 지켜내는 데 고전하고 있다”며 “마이크로맥스 등 현지기업과 중국 샤오미가 스마트폰에 이어 TV까지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인도가 제2의 중국과 같은 거대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삼성전자가 치열해지는 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중국장에서 실패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과거 중국에서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의 경쟁력을 두루 주목받았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입지가 축소됐다. 현지업체들의 성장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은 2013년 25%로 1위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6~7위권에 머물고 있다. TV 점유율도 비슷한 기간 점유율 9% 정도에서 정체되고 있다.
중국업체의 시장진입이 가속화되면 인도에서도 충분히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를 막기 위한 선제대응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소비자들에 브랜드 신뢰도를 확보하고 인도정부와 협력도 강화해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인도 총리를 직접 만나 현지 가전공장 설립계획을 논의했다. 인도에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설립하거나 현지업체와 공동으로 통신망 구축에 협력하는 등 인력양성과 기술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중국기업에 훨씬 애착을 보이는 점을 놓고 볼 때 인도에서 삼성전자의 브랜드 경쟁력은 매우 중요하게 평가받는다. 향후 소득수준의 성장에 맞춰 프리미엄 제품 출시를 확대해도 브랜드가치를 인정받아 수익성 확보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시장지배력을 확보해 시장성장에 수혜를 볼 경우 중국에서 받은 타격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시장성장에 맞춰 삼성전자가 외형성장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인도법인의 스마트폰사업 담당 임원을 교체하며 조직쇄신을 추진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업체의 공세에 맞설 적극적인 전략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