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다음 정부에서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는 다음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을 시도할 가능성을 좁혀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
|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이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성장경로를 고려해보면 금리인하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경제상황이 예측하지 못한 변수로 하방 위험이 커지면 추가적인 재정확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5월 대선으로 등장하는 새 정부의 초기에 경기부양을 하려고 해도 한국은행에 금리인하 압박을 가하기보다는 재정확장정책을 검토하도록 미리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도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문제의 해결책을 놓고도 일부 대선후보 등 정치권 인사들과 다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가계부채 총량제를 도입할 필요성을 지적한 데 이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등은 가계부채 총량제를 대선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총량에서 적극적 관리가 필요한 수준으로 크게 늘어난 것은 맞다”며 “다만 가계대출 총량을 직접 규제하면 은행의 자금운용이나 가계의 자금조달을 제약하게 되고 주택경기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박근혜 게이트와 조기대선 등으로 정부의 입김이 약해진 시기에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확보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총재는 2014년 취임 당시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했지만 그에 걸맞는 행동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총재는 취임한 뒤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추며 정부의 부동산시장 활성화정책에 순순히 따랐다는 지적도 받았다.
지난해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조성과 관련해서도 기획재정부와 견해차를 보였지만 결국 정부의 뜻대로 10조 원을 출자하기로 하면서 한국은행 고유의 판단을 꺾었다는 말도 들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이 총재에게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당부했다.
한국은행이 독립성을 갖추려면 금융통화위원들의 선임 및 구성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당시 새누리당)은 “금융통화위원을 임명할 때 인사청문회를 도입해 친정부적 인사로 구성되는 것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총재 및 부총재를 포함해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한국은행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부총재는 총재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5명의 금융통화위원은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총재는 한국은행에서만 40년째 근무하고 있는 내부출신 총재로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인물”이라며 “정권과 무관하게 장기적인 거시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