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한 검찰의 대기업 수사가 이번주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면서 롯데그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불기소처분을 받을 경우 중국사업을 직접 챙기고 지난해부터 멈춰있던 인수합병을 다시 가동하는 등 그룹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 회장이 기소될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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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10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의 기소 여부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17일 대선후보 등록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사실상 박근혜 게이트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만큼 신 회장의 기소 여부도 이번주 안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6월 초 대규모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로 호텔롯데 상장은 물론 대규모 인수합병까지 줄줄이 무산되는 사태를 겪었다. 4달 넘게 이어진 수사에서 임직원 500여 명이 피의자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갔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뒤 신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고강도 경영쇄신안을 내놓았지만 얼마 뒤 터진 박근혜 게이트로 또 다시 그룹의 굵직굵직한 일들이 불가피하게 지연됐다. 신 회장도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3차례나 검찰에 소환됐다.
재계는 신 회장이 기소를 피할 경우 답보상태였던 롯데그룹의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지난해 2월부터 파키스탄의 펩시콜라 보틀링업체인 라호흐펩시코 인수설이 나왔지만 1년이 넘은 지금까지 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라호흐펩시코는 펩시로부터 콜라 원액을 받아서 병에 넣어 파키스탄에 유통하는 회사로 롯데칠성음료는 라호흐펩시코 지분 50%가량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 역시 상장을 앞두고 해외사업 확대가 필요하다.
호텔롯데는 2015년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했다. 지난해부터 북미지역의 고급호텔을 추가로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미국 2위 면세점기업 듀티프리아메리카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검찰 수사로 막판에 좌절됐다.
롯데그룹은 인수합병을 위한 실탄도 충분히 갖췄다.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4조 원이 훌쩍 넘는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신 회장의 출국금지도 해제되면서 중국사업도 직접 챙길 수 있게 된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중국사업이 사실상 마비 수준에 처했지만 신 회장은 그동안 국내에서 제한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신 회장은 최근 월스트리스저널과 인터뷰에서 직접 중국으로 가서 정부와 대화를 하고 싶지만 출국이 금지돼 그럴 수 없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 회장이 기소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특히 SK그룹이 추가 지원을 거절한 것과 달리 롯데그룹은 추가지원에 나섰다가 검찰 수사를 코앞에 두고 돌려받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시기상 롯데그룹의 K스포츠 출연과 면세점사업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불기소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나오는데 신동빈 회장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롯데그룹이 갈 길이 먼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이 2건의 재판에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