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지원방안을 놓고 이르면 11일 최종적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빨리 입장을 정리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0일 대우조선해양의 지원방안과 관련해 그동안 투자관리위원회와 투자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리스크관리위원회에 보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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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
리스크관리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연금의 최고 의결기구 가운데 하나로 현재 이사장의 공석으로 이원희 이사장 직무대행 기획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위원은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과 위원장이 위촉하는 5인 이상 7인 이하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리스크관리위원회 보고를 마친 뒤 이르면 11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의 지원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지원방안에 반대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적 채무조정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1조3500억 원 가운데 3900억 원가량을 들고 있다.
애초 이번주 말까지 입장을 결정하기로 했는데 결정을 앞당긴 만큼 산업은행 등 정부 측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을 쓰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지난주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추가희생을 언급하며 10일까지 채무조정안을 수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회사채의 일부상환, 산업은행의 추가감자, 출자전환가액 인하, 만기연장 채권의 우선상환 등을 요구했는데 산업은행은 만기연장 채권의 우선상환 외에 다른 요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기관투자자 설명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산업은행의 추가감자와 출자주식의 가격인하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국민연금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만큼 국민연금이 정부의 지원방안에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 역시 그만큼 커지게 됐다.
사채권자집회는 17일과 18일 열리는데 국민연금이 11일 정부의 지원방안에 따르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할 경우 공을 넘겨받은 산업은행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이 자율적 채무조정에 실패해 사실상 법정관리인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에 들어갈 경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이 예상보다 빨리 입장을 정리해 산업은행을 압박하면서 추가 양보를 이끌어낼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하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애초 회사채의 많은 부분을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 기관투자자들이 들고 있어 큰 힘 싸움 없이 자율적인 채무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산업은행의 자료에 의구심을 표현하는 등 채권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P플랜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게 됐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의 예상피해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를 산업은행 측에 요청했지만 만족할 만한 자료를 얻지 못해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6일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태와 기업 계속성 등에 의구심이 있어 현 상태로는 정부의 지원방안 수용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을 놓고 큰 비난을 받으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지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외압에 따라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혹으로 문형표 전 이사장,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각각 구속기소,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