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에 저가수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모두 근본적으로 저가수주를 할 수 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선박의 가격이 반등하지 않는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선박의 건조단가가 사상 최저치를 보이면서 저가수주 논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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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는 4일 일본 지바에서 열린 액화천연가스(LNG) 산업 전시회인 ‘가스텍2017’에 참석해 한 기자와 만나 “현대중공업 내부에 ‘수주위원회’가 있어 근본적으로 손해를 보는 수주를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저가수주로 시장을 교란하는 주요 기업으로 현대중공업을 지목한 데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3월 말에 열린 기자간담회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현대중공업이 올해 초에 노르웨이 유조선사인 DHT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한 직후 선박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이 DHT와 수주계약을 체결할 당시 조선·해양 전문매체인 트레이드윈즈는 중개인의 말을 인용해 “현대중공업이 DHT로부터 선박을 수주한 가격은 2003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기선 전무는 “지난해 강재(철판)의 가격이 오르기 전에 대량으로 구매했기 때문에 원가절감이 가능했다”며 “환율이 오른 덕도 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수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익성을 잘 맞췄을 뿐 싼 가격에 무리하게 수주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신규수주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저가수주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3사는 지난해 유례없는 수주가뭄을 겪은 데 이어 올해도 여전히 수주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선박가격이 10여 년 만에 최저치를 보이면서 수주를 해도 제대로 된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는 인식이 많아 조선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신규수주로 수주잔량 감소분을 메워야 하지만 자칫 수익성 악화라는 더 큰 악재를 마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3사는 국내 조선업계 전반을 고려해 서로 저가수주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각 기업 개별적으로는 남들보다 싼 값에라도 입찰에 뛰어들어 일감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유혹에도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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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가격은 3월 말 기준으로 1척 당 8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 가격이 11.1% 내렸다. 수에즈막스급 유조선과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의 계약가격도 같은 기간에 각각 12%, 14% 빠졌다.
국내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160K급 액화천연가스(LNG) 선박과 174K급 LNG선박 가격도 각각 5.6%, 4.7% 후퇴했다.
클락슨은 최근 선박의 가격이 2004년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조선3사의 저가수주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3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조선3사 가운데 누가 저가수주를 하고 있는지 파악해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올해 해양연구소에 보내 조선3사가 수주한 내용을 전면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