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정후보와 별 상관이 없는데도 급등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안랩도 정치인 테마주로 꼽히는데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안철수 후보가 최대주주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지지율을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어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 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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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로 선출된 뒤 만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5일 안랩 주가는 전일보다 20.28% 급등한 12만9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는 3일까지 5거래일 동안에만 27%나 올랐는데 안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4일에는 전일보다 25%대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 안철수 테마주로 안랩 외에도 써니전자, 미래산업, 고려산업, 태원물산 등이 꼽힌다.
써니전자는 송태종 대표이사가 2002년 안랩의 전신인 안철수연구소에 근무한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철수 테마주로 묶였다.
나머지 기업들도 비슷한 사정으로 안 후보의 지지율이나 정치적 행보를 따라 주가가 출렁였다. 우리들제약 등 문재인 테마주로 묶인 기업들 주가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안랩은 정치인 테마주 가운데 차별적이다. 안 후보가 직접 창업한 기업인 데다 안랩 186만 주(지분 18.57%)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안랩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429억 원, 영업이익 152억 원을 냈다. 전년보다 매출은 6%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이 27%나 증가했다.
안랩은 안 후보가 국내 1세대 보안회사로 설립해 내수시장에서 성장가도를 달려왔지만 2005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률이 곤두박질쳤다. 2013년에는 매출을 1373억 원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이 39억 원에 불과했을 정도다.
안랩 실적은 지난해까지 2년 사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최근 10년 만에 사상 최대치였다.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제자리걸음했다. 지난해 6월27일 4만6천 원으로 최저점을 찍었고 그 뒤에도 이렇다할 움직임없이 횡보를 거듭했다.
그러다 올해 3월 중반 들어 급등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안철수 바람'을 타고 안랩 주가도 훨훨 날아오른 것이다. 지난해 저점 수준과 비교하면 현재 주가가 3배 가까이 올랐고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12위로 뛰어올랐다. 실적개선에도 요지부동이던 주가가 최대주주의 대선행보에 고공행진한 결과다.
안 후보가 보유한 지분가치도 최근 주가수준으로 2400억 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1년 전과 비교해 1천억 원 이상,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안 후보가 최근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확정되며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것 만큼이나 안랩 최대주주로서 지분가치 증식효과도 톡톡히 누린 셈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정치인 테마주가 대선이 치러지는 5월초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투자에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안랩 주가 역시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안철수 돌풍을 타고 급등한 만큼 거품이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랩 측은 3월14일 거래소의 조회 공시 요구에 "주가급등과 관련해 별도로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며 "기업의 실적 등 본질적인 가치 이외의 기준으로 투자하는 것에 주의를 당부한다"고 답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