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중국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나 LG화학처럼 해외 수출물량을 중국공장에서 생산하는 것도, 중국에 신규공장을 세우는 것도 만만치 않아 SK이노베이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
|
▲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중국 BESK공장 가동중단으로 연간 500억 원 규모의 판로를 잃을 것으로 추산된다.
BESK공장은 중국에서 전기차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이 중국기업 2곳과 합작해 세운 공장이다.
고객사의 주문량이 급감하면서 올해 1월부터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연간 500~600억 원 규모로 서산공장에서 생산한 베터리셀을 BESK공장에 판매해왔다.
SK이노베이션이 BESK공장 가동중단으로 받을 타격은 전체매출 기준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은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인 만큼 SK이노베이션에게 아쉬울 수밖에 없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시장인 데다 성장전망도 밝다. 인사이드EV 등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시장은 지난해 34만 대 규모로 2015년보다 64.8%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이 중국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 어떤 출구전략을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현실적으로 SK이노베이션이 당장 공장가동률을 높일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나 삼성SDI처럼 중국공장을 다른 용도로 가동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하고 있는 BESK공장 지분은 40%에 그친다. 베이징기차와 베이징전공은 각각 41%, 19%를 차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 현지기업이 사실상 BESK공장의 경영권을 쥐고 있다”며 “지금 BESK공장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확답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각각 중국기업 2곳과 손을 잡았지만 중국공장의 지분을 50%씩 확보하면서 중국사업 경영권을 손에 쥐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유럽과 미국에 수출할 전기차배터리를 중국공장에서 생산하면서 중국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은 중국공장에서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생산해 올해 중국공장 가동률을 기존 20%에서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이 중국에 신규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만만치 않다. 중국정부가 전기차배터리 보조금을 앞세워 한국기업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공장을 세울 때 ‘먼저 주문을 받은 뒤 증설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중국정부의 견제로 베이징기차까지 공장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는데 SK이노베이션이 중국에 신규공장을 세울 만큼 현지고객사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임원기자간담회에서 중국에 전기차배터리 제조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지만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이 계획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에 제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며 “중국의 협력회사들과 함께 중국에 공장을 세울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