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절차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산업은행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매각이 장기화되면 최악의 경우 무산될 수도 있어 채권단 대표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고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가 바쁜 상황을 나몰라라 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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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가 이르면 27일 박 회장에 컨소시엄을 허용할지를 놓고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지 금호타이어 매각절차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은 주주협의회 논의 과정에서 아무 조건없이 박 회장에 컨소시엄을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주주협의회 의결권의 30%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기존의 입장을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이 있다.
주주협의회에 부의된 안건은 조건없이 박 회장에 컨소시엄을 허용하는 안건과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면 박 회장에 컨소시엄을 허용하는 안건 등 2가지이다.
산업은행은 기존 입장대로 후자, 즉 조건부 컨소시엄 허용 안건을 통과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이 아무 조건없이 박 회장에 컨소시엄을 허용할 경우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더블스타가 법적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건부 컨소시엄 허용 안건이 통과되면 박 회장은 매각절차의 하자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조건의 해석 등을 놓고 법적다툼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매각이 법적소송에 휘말리면 소송절차 등을 감안할 때 매각은 장기화 국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 입장에서 보면 더블스타가 인수전에서 손을 떼는 최악의 상황도 맞을 수 있다.
산업은행을 제외한 다른 채권은행들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정치권에서 이슈로 떠오르면서 박 회장에 컨소시엄을 허용하는 문제에 의견을 내는 데 소극적이다.
박 회장이 소송을 제기하거나 더블스타가 인수전에서 손을 떼 금호타이어 매각이 장기화 또는 무산될 경우 채권단 대표로서 산업은행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은 법적소송을 제기하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더 나은 조건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해 인수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 매각절차가 장기화하면 경영정상화 과제는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타이어회사 가운데 홀로 실적이 역주행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영업이익은 2014년 3584억 원에서 2015년 1360억 원으로 대폭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도 12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014년 10.4%에서 지난해 4.1%로 내려앉았다.
박 회장이 무리하게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금호타이어 재무구조가 더욱 열악해질 수도 있다. 금호타이어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336%로 한국타이어 72%, 넥센타이어 123%를 웃돌았다.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의 선결과제로 꼽히는 노사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최근 지난해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잠정합의안은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금호타이어 매각이 장기화하면서 노사합의를 기약하기도 힘들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더블스타도 박 회장도 모두 금호타이어 인수후보로 적절하지 않다며 28일 산업은행을 방문해 매각중단을 요청하기로 했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부실의 장본인인데다 더블스타가 약속한 고용승계는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금호타이어를 자본력과 경영능력을 모두 갖춘 글로벌기업에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산업은행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