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할 체력을 갖출 수 있을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모두 독자생존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어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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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2018년경에 매각해 조선업계를 2사체제로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두 기업 가운데 어느 곳으로 팔릴지 주목된다
대우조선해양이 구조조정을 통해 해양플랜트부문을 정리하는 것은 매각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모두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낸 경험이 있고 아직 기술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아 사업확장을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데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모두 자구계획안을 추진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어 인수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울산조선소 5도크(선박건조대)의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4도크의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또다른 도크의 가동도 중단하면서 수주잔량 급감에 대처하고 있다. 5월경에는 군산조선소도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은 인적분할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로봇·투자부문을 별도법인 현대로보틱스로 세운 뒤 이 회사를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로 삼는 작업을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지주사로 완전히 전환하는데 최소 2년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대우조선해양 매각시점이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개편시기와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도 수주잔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조선업황이 나아져 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힘들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등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선박의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경영이 정상화하기까진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을 분할해 따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점도 매각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위적으로 쪼개는 방안은 공용설비와 인력을 분리하는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 추가자금이 투입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의 상선과 특수선(방산)부문을 묶어 팔겠다는 것인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한꺼번에 모든 사업부를 떠안는 시나리오는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유력한 인수후보자 2곳 모두 사업을 확대하는데 따르는 위험을 감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