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근로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점점 높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당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법안에 잠정적으로 합의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재계는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효과는 크지 않고 소상공인의 부담만 늘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
|
|
▲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23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24회 경총포럼 인사말에서 국회의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을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근로시간 단축법안은 대기업보다 경쟁력과 시스템이 미비한 중소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만성적 인력부족을 겪는 중소기업이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다 도산이나 폐업 상황에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부회장은 “2015년 노사정 대타협은 근로시간 단축을 논의할 때 노사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을 전제했다”며 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단축하고 주당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특별연장근로를 도입하지 않고 2~4년 안에 바로 근로시간을 52주로 줄이자는 것으로 노사정 대타협 정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형 근로시간 단축법안이 시행되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김 부회장은 “휴일근로에 중복할증을 하고 근로시간을 줄여도 소득이 감소하지 않으면 어떤 기업이 신규 일자리를 늘리겠느냐”고 반문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법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은 내수부진과 인건비 부담 등으로 어려움에 처했다”며 “이런 현실에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까지 더해지면 생존의 위기로 내몰릴 것”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은 주 52시간의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사업장이 많다”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차질, 인력부족, 인건비 부담 등이 예견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근로시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등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10인 미만 소상공인 사업장 적용시기 연기 △노사합의 시 8시간 특별연장근로 허용 △연장근로수당 할증률 25% 인하 등 3가지 방안을 요청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3일 ‘근로시간 단축의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서 “산업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이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며 “산업특성을 고려해 근로시간 단축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부동산 및 임대업이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봤다. 부동산 및 임대업은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월평균 29.7시간의 초과근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 및 음식업(20.9시간), 광업(20.9시간) 도소매업(15.6시간) 등도 초과근로가 필요한 업종이었다. 반면 교육 서비스업(0.4시간), 금융 및 보험업(0.7시간) 등은 상대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이 작았다.
한경연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점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것을 제안했다. 한경연은 일본이 10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근로시간을 줄인 것을 예로 들었다.
한경연은 “경직적 노동시장인 우리나라에서 근로시간 단축시 추가고용보다 생산량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단순인력을 기계로 대체해 일자리 창출효과는 생각보다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300인 이상 기업은 2019년부터, 300인 미만 기업은 2021년부터 법이 적용된다.
하지만 23일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이 주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방안과 휴일근로수당 할증율을 50%로 하는 것을 요구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환노위는 3월 임시국회가 끝나기전 한 차례 더 소위를 열고 개정안 처리를 시도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