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금속표면처리분야 한 길을 걸어왔다.”
이제훈 대표가 ‘파버나인’의 기술력을 자랑하며 하는 말이다. 그는 금속가공을 하다 금속표면처리에 뛰어든 회사들과 파버나인은 기술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파버나인의 금속표면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차산업에도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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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파버나인 기술력으로 자동차산업에서 기회 잡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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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훈 파버나인 대표. |
한상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1일 “파버나인은 올해 3월부터 미국 전기차기업 ‘테슬라’ 1차 벤더에 차량 창틀을 공급하기 시작했다”며 “올해 테슬라로부터 매출 56억 원가량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버나인은 금속표면처리 전문기업으로 알루미늄과 메탈 소재를 가공해 TV, 생활가전, 의료기기 등의 외관제품을 제조한다. 삼성전자 등에 TV, 냉장고의 외관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지난해 전체 매출의 44%를 TV에서, 27%를 생활가전에서 거뒀다.
이 대표는 올해 테슬라 전기차 ‘모델S’와 ‘모델X’의 외장재를 공급하면서 처음 자동차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테슬라는 올해 전기차 24만 대를 생산하고 2020년에는 100만 대까지 생산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올해 7월부터 생산될 전기차 ‘모델3’에도 외장재를 납품할 경우 매출이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테슬라를 시작으로 다른 국내외 완성차기업에도 외장재를 공급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 연구원은 “파버나인은 향후 차량 콘솔박스 내장재 등으로 품목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본업인 TV, 생활가전도 매출처를 다변화하고 있어 올해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버나인은 올해 매출 1100억 원, 영업이익 101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42.9%, 영업이익은 205.5% 증가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영자다.
이 대표는 목포대 행정학과를 나와 일반기업을 다니는 평범함 직장인이었다. 제조업에 도전하게 된 것은 금속표면처리 엔지니어였던 고향친구 덕분이다.
1989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본금 1200만 원으로 친구와 함께 이오정밀공업(현 파버나인)을 세웠다. 이 대표는 직접 생산, 마케팅, 배달까지 하며 거래처들과 신뢰를 쌓아 회사를 연매출 20억 원대로 키웠다.
그러나 1996년 주거래처의 경영악화로 8억 원의 부도를 맞으며 큰 위기를 겪었다. 이 대표는 남은 거래처들을 지키고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며 어려움을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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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파버나인 기술력으로 자동차산업에서 기회 잡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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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버나인이 제조하는 TV외장재. |
이 대표는 “주거래처의 주문은 끊겼지만 다른 고객사들로부터 주문이 꾸준히 들어와 버틸 수 있었다”며 “직접 발로 뛰며 거래처들과 신뢰를 쌓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과감한 투자를 하며 또 다시 도전에 나섰다.
2001년 80억 원을 투자해 인천남동 공단에 공장을 세웠다. 당시 대부분의 제조기업들은 원가경쟁력을 위해 너도나도 중국에 공장을 지을 때였지만 이 대표는 ‘다품종 고품질’로 제품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판단해 남들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이 대표의 전략은 적중했다. 파버나인은 제품우수성을 인정받아 삼성전자, 파나소닉 등 TV제조사에 외관제품을 공급하며 급격히 성장했고 2014년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이제 자동차산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파버나인 관계자는 “급성장하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산업을 파버나인의 새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이라며 “초기 매출은 크지 않지만 향후 자동차부분이 주된 매출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