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문제와 관련해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을 밀어붙이자니 정치권의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컨소시움 구성을 통한 인수기회를 주자니 국제적으로 계약위반이라는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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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이 금호타이어를 중국업체에 매각하는 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동걸 회장의 고심도 더욱 깊어지게 됐다.
산업은행은 박회장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금호타이어의 인수기회를 줄 지를 결정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의 주채권은행인 만큼 다른 채권은행들은 산업은행의 결정에 따를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은 20일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에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를 묻는 서안을 보낸다.
그동안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은 허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겠다는 강경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컨소시엄 구성 불가라는 원칙을 변경할 경우 산업은행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산업은행이 그동안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시 제3자 참여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이제와 입장을 바꾸게 되면 국제시장에서 신뢰성을 놓고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자칫 국제소송으로 번질 경우 한국 금융시장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컨소시엄 구성 불가 원칙을 계속 고수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을 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25일 호남 경선을 앞두고 있어 기술유출 방지와 지역경제 발전 등을 이유로 비판의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금호타이어는 호남의 대표기업으로 꼽히는데 광주와 전라남도 곡성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중국의 사드보복에 따라 날로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군용타이어를 생산하는 금호타이어를 중국업체에 넘긴다는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
이 회장으로서는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어떤 소신을 보일지 잔인한 시험대에 선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