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 라이벌인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이 한국 대표호텔 자리를 두고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두 호텔은 같은해 지어져 각종 호텔평가나 국빈유치로 엎치락뒤치락 자존심 싸움을 벌여왔다.
17일 호텔롯데에 따르면 롯데호텔 최초의 6성급호텔 시그니엘서울이 4월 개관하면 국내를 대표하는 최고급호텔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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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시그니엘서울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작이다.
롯데월드타워 76~101층에 자리잡아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초고층호텔로 미쉐린 3스타 셰프 야닉 알레노, 세계 최고 수준의 웨딩 디자이너 크리스틴 반타, ‘못의 작가’로 알려진 유봉상 작가,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박선기 작가가 참여했다.
호텔롯데는 시그니엘을 한국을 대표하는 최상위 호텔로 키우고 세계적 수준의 호텔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가장 비싼 방은 100층의 로열스위트로 세계 각국의 국빈을 대상으로 한다. 107평(353㎡) 규모로 두 층을 터서 거실을 만들어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가 6.2m다. 가격은 1박에 2천만 원가량으로 국내에서 가장 비싸다.
롯데호텔이 높이를 내세웠다면 신라호텔은 전통을 내세워 반격에 나선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다섯 차례의 도전 끝에 지난해 숙원사업으로 추진하던 한옥호텔 건축을 허가받았다.
호텔신라의 한옥호텔은 장충동 신라호텔 바로 앞에 지어지며 지하3층∼지상3층, 91실 규모로 이뤄진다. 전체 투자규모는 3천억 원가량으로 2022년경 완공된다. 호텔신라는 한옥호텔 처마를 최소 1.2m 이상 튀어나오게 하는 등 한옥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린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신라호텔은 그동안 규모나 가격 면에서는 롯데호텔에 뒤쳐졌지만 다양한 국빈들이 머물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호텔로 자리잡았다.
가장 비싼 방은 최상층인 22층에 있는 ‘프레지덴셜 스위트 노스윙’이다. 1박에 1400만 원가량으로 가격만 따지면 시그니엘서울을 제외하더라도 소공동 롯데호텔의 로열스위트(1800만 원)보다 낮다.
그러나 각국 정상들이 머무는 등 상징성만큼은 신라호텔이 더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호텔 자체도 국빈이 머물던 영빈관에서 출발했고 남산을 끼고 있어 한국의 자연경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정상들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신라호텔을 찾는다. 시진핑 주석은 한국에 3차례 방문했는데 모두 신라호텔에 머물렀다. 리커창 총리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역시 투숙했다. 원자바오 전 총리도 2010년을 비롯해 세번이나 신라호텔을 찾았다.
이밖에도 지미 카터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고르바초프와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카를로스 전 스페인 국왕,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 등 수많은 국빈들이 거쳐갔다.
반면 롯데호텔은 일본 국빈들이 많이 찾는다.
아베 신조 총리가 2015년 11월 방한했을 때 롯데호텔이 아닌 웨스틴조선호텔을 이용하자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일본 정상들은 롯데호텔을 선호하는 편이다. 당시 아베 총리는 롯데호텔이 일본 자위대 창립 60주년 기념행사를 유치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행사 하루 전날 대관을 취소하자 웨스틴조선호텔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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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호텔사업은 사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기여도가 매우 낮다. 두 회사 모두 대부분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면세점사업에서 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그룹 전체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자존심이 걸린 사업이기도 하다.
신라호텔과 롯데호텔은 같은 해 개관해 성장해 온 과정도 비슷하다. 호텔 개관을 위한 법인설립은 호텔롯데가 1973년 5월5일로 호텔신라의 1973년 5월9일보다 나흘 빨랐다.
그러나 개관은 호텔신라가 1979년 3월8일로 호텔롯데의 3월10일보다 이틀 앞섰다.
객실 수나 매출, 영업이익 등 규모 면에서는 호텔롯데가 훨씬 앞서있다. 그러나 상장은 호텔신라만 했다.
두 회사는 최고급 간판을 내세운 고급호텔 외에도 비즈니스호텔사업, 면세점사업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