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대우조선해양 회생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채권자들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자금지원에 나설 것이 유력해지면서 강 본부장의 결정이 중요해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조선해양의 채권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다.
|
|
|
▲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
대우조선해양은 올 4월 4400억 원을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1조3천억 원가량의 채권이 만기가 돌아오는데 국민연금은 그 가운데 4천억 원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채권자들의 광범위한 채무재조정을 전제로 추가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4월 초 채권자집회를 열고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들의 상환유예,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 채권자들의 합의를 끌어내는 데 실패하면 대우조선해양은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구속력 강한 구조조정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사채권자집회에서 채권의 발행조건을 바꾸려면 전체 채권액의 3분의1 이상 참석, 참석자의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
채무재조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적인 채무조정은 사실상 물 건너갈 수 있다.
국민연금의 결정은 다른 채권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소속기관인 우정사업본부는 3천억 원대의 대우조선해양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산하기관인 만큼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의 방향을 결정할 경우 민간업체보다 설득이 수월할 수 있다.
사채권자집회가 열릴 경우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의 내부투자위원회 등의 논의를 거쳐 최종입장을 결정하게 된다.
강면욱 본부장이 내부투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강 본부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강 본부장이 정부의 기조에 따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국민의 노후자금을 정부정책에 따라 운용한다는 비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을 놓고 지난해 큰 비판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문형표 전 이사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강 본부장이 채무재조정을 받아들인다 해도 만기연장에서 그칠지 이자율감면과 출자전환까지 동의할지 채무재조정의 수준을 놓고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고통분담 과정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펼쳐질 시중은행들과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도 강 본부장이 현명하게 풀어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다.
|
|
|
▲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왼쪽)이 2016년 5월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6년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문형표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뉴시스> |
강 본부장은 1959년생으로 국민투자신탁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ABN암로자산운용 한국대표,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자산운용전문가’로 공모를 거쳐 지난해 2월 기금운용본부장에 올랐다.
선임 당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대구 계성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1년 선후배 사이라는 점 때문에 낙하산 인사 논란을 겪었다.
수그러들었던 낙하산 논란은 지난해 11월 강 본부장이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지원자 18명 가운데 서류경력평가 점수가 9등이었으나 면접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 본부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일었다.
국민연금은 당시 “경력평가점수는 전체 서류평가에서 작은 부분”이라며 “강 본부장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임됐다”고 해명했다.
강 본부장은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취임 이후 가장 큰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묘수를 찾아 대우조선해양 회생에 일조할 경우 낙하산인사 논란에서 벗어나 자산운용전문가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