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도시의 시장들이 환경규제 수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미국의 전기차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LG화학은 올해 GM의 전기차 볼트(BOLT) 판매에 힘입어 전지사업에서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미국정부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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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
17일 미국 친환경기술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는 “미국 30개 도시가 전기차를 대량으로 구매하겠다고 나섰다”며 “트럼프 정부의 극단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에릭 가세티 로스엔젤레스 시장은 “뉴욕과 시카고 등 30개 도시가 완성차회사에게 100억 달러 규모에 해당하는 11만4천 대의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냐고 물었다”며 트럼프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미국에서 지난해 팔린 전기차는 16만 대였는데 이 규모의 60~70%를 도시들이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디트로이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동차연비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자 미국 주요도시 시장들이 반발하는 나선 셈이다.
트럼프 정부는 앞서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31% 삭감하면서 “기후변화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것은 돈낭비”라고 말해 환경규제와 친환경차 지원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미국의 도시 시장들이 트럼프정부에 맞서면서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회사가 미국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연비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전기차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LG화학 등 국내 전기차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 판매가 미국에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캘리포니아주와 환경단체는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준비를 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이들과 벌인 모든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연비규제 완화정책이 시행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다른 10개 주와 함께 자체적으로 자동차연비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정부의 영향을 덜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 지역에서 미국 전기차 판매의 약 60~70%를 차지하는 만큼 미국 전기차시장이 캘리포니아주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볼트가 미국에서 캘리포니아주와 오래곤주를 중심으로 판매지를 넓혀가는 데 따라 전기차배터리에서 타격을 크게 받지 않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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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정책으로 미국 전기차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이 경우 GM이 전기차 볼트의 마케팅 등에 힘을 뺼 수 있어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 판매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기차보조금을 지원하는 주는 과거 25곳에서 현재 16곳으로 줄었다. 심지어 일리노이나 인디애나주 등 자유주의성향이 짙은 주 9곳에서는 전기차 소유주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캘리포니아주 등은 자동차연비제도를 강화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동조하면서 전기차시장이 양극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30개 도시가 전기차를 대량으로 구매하겠다는 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블룸버그는 “30개 도시가 11만4천 대의 차량을 구매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아직 전기차를 주문한 도시는 한 곳도 없다”며 “일부 도시에서는 전기소방차나 전기대형트럭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차량을 문의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