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1인CEO에 오른 뒤 역할을 확대하며 사업 전반에‘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방침을 내걸고 체질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흥행과 전반적인 수익구조 개선에 힘입어 올해 8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2조 원 이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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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14일 “LG전자는 예상보다 빠른 실적개선으로 올해부터 급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조성진 부회장이 CEO에 오른 뒤 제조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LG전자가 1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8040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기존에 내놓은 전망치보다 30.4% 늘어났고 증권사들의 기존 평균 예상치와 비교하면 89% 높은 것이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2조5665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2009년 이후 8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2조 원대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보다 59.1% 늘어나는 것이다.
조 부회장은 LG전자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352억 원을 내며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올 당시 연말인사에서 1인CEO에 선임됐다. 위기탈출을 위한 구원투수로 발탁된 것이다.
LG전자는 이후 3인 각자대표체제에서 조 부회장과 정도현 사장의 2인체제로 전환하고 구본준 LG 부회장이 맡던 이사회 의장도 조 부회장에 넘기는 등 조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만큼 LG전자 생활가전사업 성장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조 부회장에 굳은 신임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LG전자의 1분기 실적반등 전망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스마트폰사업 구조조정효과와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성수기 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돼 아직 온전히 조 부회장의 성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 조 부회장이 낸 성과와 올해 초 내놓은 경영전략 등을 놓고 봤을 때 중장기적으로 LG전자가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는 증권가와 업계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조 부회장은 전문분야인 생활가전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TV, 전장부품 등 LG전자의 모든 사업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제조분야의 근본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통신박람회 ‘MWC2017’ 기자회견에서 “생활가전의 경우 같은 부품을 여러 라인업에 적용해 품질을 높이고 원가는 낮출 수 있었다”며 “스마트폰에도 이런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TV사업에서도 프리미엄 세탁기 ‘트윈워시’의 성공전략을 본따 가격경쟁을 벌이기보다 올레드TV 등 고가제품의 판매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조 부회장의 프리미엄 중심전략은 전 세계적으로 판도가 변하고 있는 가전사업과 TV사업에서 효과적인 대응방법”이라며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이익창출능력이 이전보다 눈에 띄게 개선돼 안정적인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는 내년에도 영업이익 2조8240억 원을 내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목표주가는 최대 8만7700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30% 이상 높은 수준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조 부회장이 생활가전사업에서만 30년 이상의 경험을 쌓은 만큼 스마트폰과 전장부품 등 다른 사업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LG전자를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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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의 올레드TV와 프리미엄 생활가전. |
일례로 스마트폰의 경우 생활가전보다 소비자들의 교체주기가 짧고 기술변화에 민감해 유사한 전략으로 이끌어가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전자의 신제품 G6은 조 부회장의 생산효율화 기조에 맞춰 성능이 낮지만 수급이 원활하고 안전성이 높은 구형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원가절감을 위해 미국과 한국 출시 모델에 각각 다른 기능이 적용됐다.
이를 놓고 벌써부터 일부 소비자들의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전략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또 스마트폰과 전장부품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점점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는 만큼 제조전문가인 조 부회장이 적기에 이를 위한 효과적인 판단과 전략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관건으로 꼽힌다.
조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스마트폰은 결국 절반은 기계지만 절반은 소프트웨어”라며 “가전과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 큰 만큼 사업을 어떻게 잘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