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국제유가의 하락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선3사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기면서 그동안 전무하다시피 했던 해양플랜트의 발주가 재개될 것으로 바라봤지만 이런 기대가 무너질 수도 있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넘게 배럴당 50달러대를 유지하던 국제유가가 4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해양플랜트의 발주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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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노르웨이 석유기업인 스타토일은 최근 국내 조선3사를 포함한 아시아 5개 조선소에 요한카스트버그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입찰초청장을 발송하기로 했다.
스타토일은 애초 1월에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입찰절차를 밟기로 했었으나 별다른 이유없이 사업설명회를 연기했다. 스타토일이 최근 다시 입찰일정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9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주전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투자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 초반까지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면서 스타토일이 최종투자결정(FID)을 미룰 공산도 크기 때문이다.
유진 웨인버그 코메르츠방크 원자재리서치 대표는 9일 CNBC와 인터뷰에서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부의 감산 준수율이 50%도 채 되지 않는다”며 “유가가 올해 배럴당 40달러까지 미끄러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케빈 보시 브룩스맥도날드자산관리 수석투자책임자(CIO)도 “시장은 유가가 배럴당 50~55달러를 유지하는 것이 하한선이라고 보고 있지만 상한선인 것 같다”며 웨인버그 대표의 전망에 힘을 실었다.
이 전망대로라면 스타토일이 해양플랜트 발주를 서두를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스타토일이 해양플랜트를 발주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해 말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치고 올라갈 때였다. 하지만 유가가 하락할 경우 채산성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당분간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영국의 석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럼(BP)도 애초 2015년에 ‘매드독2 부유식 해양생산설비(FPU)’의 최종투자결정을 내리려고 했으나 유가폭락에 따라 사업을 1년 반 가까이 중단한 뒤 올해 1월에야 삼성중공업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일본 JGC-프랑스 테크닙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모잠비크 코랄 해양프로젝트도 이탈리아 국영에너지기업 에니(ENI)의 최종투자결정이 미뤄진 탓에 본계약 체결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스타토일뿐 아니라 셸과 브리티시페트롤럼(BP) 등 다른 글로벌 대형 석유기업들도 유가의 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본 뒤 해양플랜트 발주 여부를 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선업계는 바라본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석유기업들은 그동안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여 해양플랜트의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0달러대까지 낮춘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가가 반등하지 못하고 계속 내려갈 경우 해양플랜트 발주재개 움직임에 찬물이 끼얹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10일 전일보다 500원(0.3%) 내린 16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8일만 하더라도 52주 신고가인 17만2천 원까지 올랐으나 국제유가의 하락소식에 주가가 이틀 연속으로 내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