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가 삼성전자의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의 출시시기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삼성전자가 출시할 폴더블 스마트폰에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을 공급해 필름부문의 영업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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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
삼성전자가 양산용 폴더블 스마트폰의 출시를 미루면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실적반등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경상북도 구미국가산업단지의 구미공장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900억 원 정도를 들여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을 양산할 설비를 갖추고 있다.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은 유리처럼 투명한데도 높은 열을 잘 견디고 쉽게 긁히지 않을 뿐 아니라 접었다 펴도 자국이 남지 않아 폴더블 스마트폰의 윈도커버로 채택될 것으로 추정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은 20만 번 이상 접었다 펴도 접힌 자국이 남지 않는다. 하루에 100번씩 접었다 펴도 5년 이상 쓸 수 있는 것으로 이는 평균적인 스마트폰 교체주기보다 사용기간이 훨씬 긴 것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6년부터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을 미래먹거리로 삼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황갈색의 폴리이미드필름을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을 뿐 아니라 현재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의 양산시설을 짓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짓고 있는 투명폴리이미드필름 양산설비는 축구장 100개 넓이에 해당하는 100만㎡ 크기의 부지에 들어서며 완공시점은 내년 1분기다.
최대생산량은 5인치 크기의 스마트폰 4천 개, 7인치 크기의 스마트폰 2천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투명폴리이미드필름 양산설비에 투자한 것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투명폴리이미드시장을 선점해 그 효과를 누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시기가 늦춰질 경우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필름부문에서 실적반등을 이루기 어려워지며 시장 선점효과도 희석될 수 있다.
김철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폴더블 스마트폰의 시제품을 출시해 소비자의 반응과 소재의 준비상황 등을 살피면서 폴더블 스마트폰의 양산시점을 결정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양산용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시기는 2019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철중 연구원이 전망한 폴더블 스마트폰의 양산시점은 기존 예상보다 1년 가까이 늦은 것이다. 폴더블 스마트폰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부품으로 꼽히는 폴더블 올레드패널 등 관련부품과 배터리 등의 안정적인 수급과 기술력을 보장하기 어려운 데다 실제 소비자들의 수요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런 관측이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2018년 상반기에 양산용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는 가정 하에 코오롱인더스트리 필름부문의 실적반등 시기도 2018년으로 잡았다.
김병기 연구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18년 상반기부터 투명폴리이미드필름으로 전체 영업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2018년 필름부문의 영업이익이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보다 433%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산용 폴더블 스마트폰의 출시시점이 미뤄지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선제적으로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의 양산시설을 세운 의미도 다소 희석될 수 있다. 경쟁사들도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을 양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SKC는 SKC코오롱PI 합작법인의 생산설비를 바탕으로 400억 원을 들여서 투명폴리이미드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코오롱인더스트리를 따라잡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밖에도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의 양산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2~3곳 정도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18년에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을 대량생산할 경우 글로벌 투명폴리이미드시장에서 점유율이 2018년 90%에서 시작해 2022년까지 10%포인씩 줄어들 것으로 봤다.
만일 2019년으로 폴더블 스마트폰의 출시시기가 늦춰지면 그만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초반에 확보할 수 있는 시장점유율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