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SK증권을 매각할 가능성이 계속 떠오르고 있다.
SK증권의 몸값이 비교적 싼 편이라 매각하기 쉬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반면 자기자본 규모가 작아 제값에 당장 팔기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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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보유한 SK증권 지분 10%에 사모펀드(PEF)와 일부 증권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2015년 8월에 SK증권 주식 10%를 보유한 SKC&C와 합병했는데 법적 유예기간 2년이 지나기 전인 올해 8월까지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최 회장은 올해 SK그룹의 사업구조를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화학, 반도체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위해 금융업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사 인수합병 시장도 한동안 얼어붙었다가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매각 예비입찰에 대만 푸본그룹 등 5~6곳이 참여하는 등 해빙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증권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물론 하이투자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 매물로 나온 다른 증권사보다 몸값이 비교적 저렴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SK증권 시가총액이 3일 기준으로 3713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370억 원 정도를 내고 지분 10%만 인수해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중소형 증권사인데도 프라이빗에쿼티(PE)와 채권자본시장(DCM)분야에서 대형 증권사들을 제치고 선두권에 오르기도 했다.
프라이빗에쿼티는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사모펀드를 조성해 기업 지분이나 부실채권 등에서 투자차익을 내는 방식이다. 채권자본시장은 회사채를 비롯한 채권 발행과 인수 등을 뜻한다.
SK증권은 운용하고 있는 사모펀드 14개의 누적투자액 2조 원을 넘어서 증권사 1위를 달리고 있다. 채권 인수규모도 지난해 기준 9조9445억 원으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다.
최 회장이 SK에서 보유한 SK증권 지분을 당장 매각하지 않고 최대 2년의 유예기간 연장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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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SK증권 본사 건물. <뉴시스> |
SK증권의 지분 매각가격이 비교적 낮지만 인수후보들의 관심을 끌 요소가 부족하고 약점도 많아 지금 팔면 제값을 받기가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SK증권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자기자본 4189억 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초대형 투자금융(IB)회사로 도약하려는 증권사들이 사들이기에는 몸집이 지나치게 작은 것으로 평가된다.
2016년 실적도 순이익 114억 원으로 2015년보다 50.3% 줄어들었는데 주식시장의 위축으로 리테일부문의 영업수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SK증권이 채권자본시장에서 SK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인수에 수익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점도 인수합병 시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SK의 SK증권 지분을 파는 일을 1년 정도 미루고 다양한 처분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최 회장이 그동안 SK증권에 애정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제3자에게 회사를 팔지 않고 오너 일가나 다른 계열사에서 지분을 사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SK증권 지분을 처분하는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