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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2월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출시행사를 열고 자체개발 AP '서지S1'을 공개했다. |
샤오미가 스마트폰에 자체개발한 시스템반도체를 처음으로 탑재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LG전자도 이른 시일 안에 이런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자체 프로세서 탑재로 부품원가를 절감하고 시장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냈는데 샤오미와 LG전자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외신을 종합하면 글로벌 스마트폰업체들의 AP(모바일프로세서) ‘독립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AP는 컴퓨터의 CPU와 같은 역할로 스마트폰의 구동성능을 결정하는 핵심부품이다.
샤오미는 3일부터 자체개발 AP ‘서지S1’을 탑재한 중저가 스마트폰 미5C의 판매를 시작했다. 2014년 반도체기업 리드코어와 협력해 자체AP 개발을 시작한 지 약 2년반 만에 이뤄낸 성과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중국에서 출시행사를 열고 “스마트폰업체가 자체 반도체를 확보한다는 것은 최고의 업적”이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최적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는 내년 초 고성능 AP 신제품을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고성능 AP의 경우 삼성전자가 최신공정인 10나노로 위탁생산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경쟁력이 중요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도 퀄컴AP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공격적인 전략인 셈이다.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에 대부분 퀄컴 또는 대만 미디어텍의 AP를 공급받아 탑재해왔다. 화웨이만이 자체개발 프로세서 ‘기린’ 시리즈를 통해 자체적 확보에 성공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샤오미는 자체AP 개발로 외부업체에 의존을 낮추며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며 “애플과 삼성전자, 화웨이와 같은 중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목표”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샤오미의 자체 반도체개발에 대규모 금액을 지원했다. 반도체 등 부품의 자급자족 목표를 이뤄내기 위한 지원정책에 샤오미가 큰 수혜를 입은 셈이다.
전자전문매체 안드로이드헤드라인은 “LG전자가 자체개발 AP ‘뉴클런’에서 실패한 실험에 샤오미가 용감하게 뛰어들었다”며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겠지만 흥미로운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LG전자 역시 스마트폰에 ‘뉴클런’ 시리즈로 이름지은 자체AP를 탑재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연구개발에도 실제 탑재시기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LG전자는 2014년 중저가 스마트폰 ‘G3스크린’에 뉴클런을 처음 적용했다. 후속작 뉴클런2의 출시가 2015년부터 지연되며 G5 또는 V20에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왔지만 결국 무산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자체AP 탑재를 놓고 구체적 계획이 나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텔이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 진출계획을 밝히며 이미 LG전자를 고객사로 수주했다고 발표한 데 따라 이르면 올해 안에 뉴클런 신제품이 공개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인텔은 당초 14나노 공정으로 위탁생산을 계획했지만 삼성전자와 TSMC가 10나노 기술개발에 성공하자 진출시기를 늦추며 올해 10나노 공정개발을 완료한 뒤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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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의 자체개발 AP '뉴클런'. |
뉴클런2는 처음 성능실험기관에서 공개됐을 때 같은 해 출시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7420’ AP를 뛰어넘는 성능점수를 내 시장의 높은 기대를 받았다.
인텔은 9일 열린 투자자포럼에서 위탁생산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단순히 고객사의 반도체를 양산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협력을 통해 성과를 내려는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인텔이 LG전자의 AP 설계를 직접 지원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인텔은 이전에 모바일AP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해 이를 중단했다.
반도체설계기업 ARM과 인텔이 위탁생산에서 협력하고 있는 점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애플과 퀄컴, 삼성전자 등 주요업체의 AP는 모두 ARM의 설계기반을 바탕으로 개발된다.
AP는 스마트폰 부품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LG전자와 샤오미가 자체AP 개발에 성공해 이를 본격적으로 탑재하면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퀄컴 등에 지불하는 라이선스비를 아낄 수 있다.
전자전문매체 일렉트로닉스위클리에 따르면 LG전자에 이어 일본 소니도 차기 스마트폰에 자체개발한 AP의 탑재를 목표로 두고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사물인터넷 가전과 가정용 로봇, 전장부품 등으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만큼 자체개발한 AP 탑재로 다른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의 자체AP 탑재가 늦어진 것은 스마트폰사업의 부진으로 리스크를 안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상황도 작용했을 수 있다”며 “사업반등에 성공한다면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