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대만 홍하이그룹이 도시바의 낸드플래시사업을 공동으로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SK하이닉스가 인수자금의 부담을 덜 수 있고 홍하이그룹을 통해 애플에 반도체 공급기반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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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왼쪽)과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
니혼게이자이는 3일 도시바가 낸드플래시사업 매각을 위한 재입찰 절차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대규모 자금확보를 위해 낸드플래시사업을 분사한 뒤 지분 100%와 경영권을 넘길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29일까지 입찰을 받은 뒤 본격적인 협상을 이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하아닉스는 낸드플래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도시바의 반도체 지분인수를 검토하고 있는데 선택이 중요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지분 20%를 인수하기 위해 제안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매각조건이 변경되며 25조 원 정도의 금액을 투자해 낸드플래시사업 전체를 인수하기는 자금부담이 만만치 않다.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은 부품사업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가 꼭 필요하다며 강력한 인수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홍하이그룹도 디스플레이사업에 20조 원 가까운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도 13조 원 정도에 그쳐 지분 전체를 인수하기는 쉽지 않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현실적으로 단독입찰이 어려워진 만큼 홍하이그룹과 손을 잡고 공동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 연구원은 “홍하이그룹과 SK하이닉스의 우호적인 관계를 고려할 때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홍하이그룹이 반도체사업 경험이 없는 만큼 100% 인수에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가 홍하이그룹과 손을 잡는다면 인수자금의 부담을 덜고 향후 생산시설도 공동으로 운영하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홍하이그룹이 애플 아이폰의 최대 위탁생산업체인 만큼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도 확보할 수 있다.
유 연구원은 “애플의 입장에서도 SK하이닉스의 인수는 안정적인 메모리공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현재 도시바와 합작법인을 세운 미국 웨스턴디지털도 도시바의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SK하이닉스가 최적의 파트너인 만큼 반대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도시바는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반도체사업 분사를 결정한 뒤 최종 매각은 내년 3월을 목표로 두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구체적인 인수계획을 논의하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 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시바는 업체들 간의 인수경쟁을 불붙여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여러 제안을 받은 뒤 독점규제의 영향 등을 고려해 최종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