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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6월] 코스피의 저력을 믿지만 '자화자찬'은 아직 이르다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6-06-05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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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주말, 아이들 우유가 떨어져 아침 일찍 동네 편의점에 갔다가 우연히 사장님의 통화를 엿들었다. 주식 얘기였다. 내용은 대강 이랬다.

“아니야, 어렵지 않아. 해 봐, 나도 하잖아. 쉬워, 내릴 때 사서 오를 때 팔면 돼. 나 그걸로 꽤 벌었어.”
 
[데스크리포트 6월] 코스피의 저력을 믿지만 '자화자찬'은 아직 이르다
▲ 코스피가 올해 들어 빠르게 상승하며 8천을 넘어 9천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은 코스피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8천을 넘긴 5월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우유를 집으며 그 말을 듣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주식은 쉬운 거구나, 내릴 때 사서 오를 때 팔면 되는 구나.’

하지만 2026년 이전, 즉 코스피가 오랜 기간 2천 박스권에 갇혀 있을 때부터 주식 투자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내릴 때 사서 오를 때 파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무릎이라는 생각에 샀는데 어깨였고, 어깨라는 생각에 팔았는데 무릎이었던 경험. 지금이야 장이 좋아서 내리면 사서 오르면 팔면 되지만, 어느 순간 그 공식이 통하지 않을 때가 분명 온다는 걸, 더 없이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

문제는 그때가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코스피는 최근 1년 사이 2천대에서 8천대로 3배 넘게 올랐다. 처음엔 5천이 그때일 수 있다고 하던 이들도 코스피가 5천을 찍고 6천과 7천과 8천을 넘어 9천까지 바라보자, 낙관론자로 돌아서 이제는 1만까지는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긍정회로를 돌리는 이들은 편의점 사장님을 비롯한 수많은 개미투자자들,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정치인뿐만이 아니다.

세심한 금융정책으로 국내 자본시장을 뒷받침하는 금융당국도 현재 시장을 장밋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5월 말 페이스북에 올린 ‘성공의 비용’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의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다.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도약의 마찰음인 셈이다.”

퇴근 길,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그의 페이스북 글을 읽는데, 지금이 정말 위험한 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는 건 경제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정치인은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김용범 실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를 거친 정통 경제관료다.

경제 전문가들은 보통 미래의 여러 가능성들을 열어둔다. 미래는 예측의 영역일 뿐 확정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책 입안자의 긍정적 마인드는 좋지만, 한국의 경제 상황을 누구보다 정확히 판단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현재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바라본다는 점이 싸늘하게 다가왔다.

현재 한국 경제는 수많은 거시지표들이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못하고 있고 5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오르며 2024년 3월 이후 26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7월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김 실장의 말처럼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한 단계 발전하는 상황에서 생기는 건강한 마찰음일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또한 국가 전체적으로는 감당 가능한 마찰음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참을 수 없이 뜨거운 마찰열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찰열이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를 녹여버릴 때, 코스피는 물론 한국 경제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데스크리포트 6월] 코스피의 저력을 믿지만 '자화자찬'은 아직 이르다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5월 말 페이스북에 올린 글 '성공의 비용'에서 '인식의 전환'을 통해 지금의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김용범 실장이 3월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중동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세계 최고의 투자자로 손꼽히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 답변을 모아놓은 책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를 보면 이런 발언이 나온다. 워런 버핏이 2004년 주총에서 한 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온 세상이 투자 광풍에 휩쓸려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어떻게 이럴 수가? 저들은 과거에서 배운 것도 없나?’ 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은 사람들이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금융시장에서는 항상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과거가 알려주는 사실은 명확하다. 시장은 언제든 예상치 못한 이유로 꺼질 수 있다는 것.

‘돈의 심리학’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모건 하우절은 '세상에서 절대 변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은 책 ‘불변의 법칙’에서 이렇게 말한다.

“시장이 안정돼 있다는 믿음이 낳은 ‘똑똑하고 합리적인’ 행동이 자산 가격을 높이고, 그렇게 높아진 자산 가격이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주식시장은 언제나 인간의 욕망을 한계까지 몰아붙일 정도로 과열됐다가 꺼진다는 것인데, 이는 한국 경제와 코스피의 저력을 믿으면서도 자화자찬처럼 여겨지는 낙관론이 불안한 이유다.

국내 증시가 올해 들어 세계 6위 규모로 성장했다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이 보기에 우리는 아직 자본시장 신흥국이다.

자화자찬은 이르다. 자화자찬은 MSCI(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선진국에 편입된 뒤 해도 늦지 않다. 이한재 금융증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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