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5년 4분기 기준 롯데중앙연구소 조직도. <롯데지주> |
[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식음료 연구개발(R&D) 조직에도 수익성 강화 기조를 본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종합식품연구소인 롯데중앙연구소가 대표적인데 기존에 중점을 뒀던 '기술 축적'보다 '제품화를 통한 상업성 확보'에 더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움직인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연구개발 체계에서부터 '돈 버는 DNA'를 심겠다는 신 회장의 의중이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31일 롯데지주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롯데중앙연구소의 조직이 개편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연구소장 산하 6개 부문 가운데 하나인 기반기술(Fundamental Technology) 부문이 제품응용(Product Application) 부문으로 바뀐 점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기반기술 부문 아래에 미생물·발효(Microbial&Fermentation)팀, 헬스앤웰니스 소재(H&W Material)팀, 맛·감각(Savory&Sensory)팀, 패키징솔루션(Packaging Solution)팀, 신사업(New Biz)팀이 있었다.
하지만 4분기 이 축이 제품응용 부문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팀들이 재배치됐다.
명칭 변화만 놓고 봐도 방향 전환이 분명한 것으로 읽힌다. '기반기술'이 과거 원천기술과 공통 기술 축적의 성격을 강하게 풍겼다면 '제품응용'은 기술을 실제 상품에 연결하고 상용화하는 기능에 더 가까운 이름이다.
기존 맛·감각팀의 이름도 소비자·감각팀으로 바뀐 점도 같은 흐름에서 읽힌다. 단순히 맛과 품질 자체를 다루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 반응과 시장 적합성, 제품 경험을 더 직접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제과(Confectionery) 부문 개편도 같은 흐름에 놓여있다. 지난해 3분기 제과 부문은 스위트1·2(Sweet1·2)팀, 디저트1·2·3(Dessert1·2·3)팀, 스내킹(Snacking)팀 등으로 세분화돼 있었다. 반면 4분기에는 스위트팀, 디저트팀, 스내킹팀으로 단순화됐고 대신 글로벌 혁신(Global Innovation)팀이 새로 들어갔다.
이는 세부 품목별 분화보다 큰 카테고리 중심의 운영으로 조직을 슬림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시장용 세부 제품 개발보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제품 기획과 수출형 상품 개발의 비중을 높이려는 의도가 담긴 변화라고도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지주가 연구개발에서도 국내 품목 관리보다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큰 영역을 더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해외 사업 매출은 9809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28.9%를 차지했다. 롯데웰푸드의 해외 매추 비중은 2022년 23.4%에서 △2023년 24% △2024년 26.3% 등으로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마찬가지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해외 사업 매출은 1조534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8.6%다. 2024년보다 3.8%포인트 증가했다.
| ▲ 롯데중앙연구소 조직이 개편된 것을 놓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식음료 연구개발(R&D) 체계의 무게추를 기술 축적보다 제품화 효율과 시장 연결에 두며 수익성 구조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롯데중앙연구소의 조직 변화는 신 회장이 강조하는 수익성 강화 기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신 회장은 올해 들어 그룹 전반에서 외형 성장보다 사업 경쟁력과 수익성 개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사업별로 돈이 되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더 엄격히 가려내고 자원 배분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런 기조 아래에서는 연구개발 조직도 예외가 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중장기 기술 축적 자체에 무게를 두는 데서 나아가 실제 상품 출시와 매출 확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식품 계열사가 많은 롯데로서는 연구개발의 방향 전환이 곧 사업 전략의 조정과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 경기 둔화와 소비 부진이 이어지는 환경에서는 연구개발 역시 기술 축적 자체보다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분야에 더 집중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변화가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사업 직결형 연구개발은 성과를 빠르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장기 원천기술 축적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안고 있다. 당장 제품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자원이 쏠릴수록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기반기술 연구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신 회장은 1월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과거의 성공방식에서 벗어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명확한 원칙과 기준 하에 투자를 집행하고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라도 지속적으로 타당성을 검토하며 세부사항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