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지분을 인수할까?
애플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스마트폰 부품을 수직계열화해 안정적인 수급기반을 마련하고 원가경쟁력을 강화할 경우 삼성전자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 애플, 도시바 낸드플래시 인수할까
21일 일본 일간공업신문에 따르면 도시바가 매각을 추진하는 낸드플래시사업의 지분인수에 애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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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도시바는 낸드플래시사업 지분 50% 이상을 매각해 10조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전사업 손실 악화로 당초 세웠던 20% 정도의 지분매각계획에서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일간공업신문은 도시바가 대량의 지분을 매각하면서도 최소 3분의1 정도 지분을 확보해 경영 주도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업체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가 처음 지분매각을 추진할 때 SK하이닉스를 포함해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대만 홍하이그룹 등이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들은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낸드플래시 점유율 2위를 차지한 도시바의 기술력과 생산시설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 중국 반도체기업들도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시바는 반도체 경쟁기업에 낸드플래시 지분을 매각할 경우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려워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도 기술유출을 우려해 반독점규제 등을 들어 매각을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애플이 도시바 지분을 인수할 경우 이런 문제에서 대부분 자유로울 수 있다.
애플은 메모리반도체사업을 직접 하지 않아 독점금지규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희박하고 도시바의 경영권 확보를 노릴 이유도 적다. 현재 보유한 현금만 200조 원 이상으로 자금여력도 충분하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도시바는 애플이 노트북과 아이폰 등에 탑재하는 낸드플래시의 최대 공급사로 2010년부터 꾸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공개적으로 만나며 다방면에서 협력을 논의하고 있는 것도 애플과 도시바의 협력강화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블룸버그는 “도시바 지분인수를 노리는 외국기업들은 고용유지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정부가 결국 인수기업 선정에 깊이 관여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 애플 경쟁력 강화 가능
애플은 최근 아이폰 등 하드웨어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부품수급망을 수직계열화하며 안정적인 수급기반을 마련하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반도체사업과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 등을 통해 스마트폰사업에서 누리던 효과를 애플도 결국 따라가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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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애플은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대만 홍하이그룹과 올레드패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홍하이그룹이 샤프를 인수한 뒤 이런 협력이 본격적으로 물살을 타고 있다.
반도체사업에 경험이 없는 홍하이그룹이 도시바 낸드플래시 지분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제품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출시되는 아이폰 고가모델에 올레드패널을 탑재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를 독점공급할 수밖에 없어 가격협상에 불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도시바 등 소수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홍하이그룹과 협력으로 디스플레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도시바 지분인수로 낸드플래시의 안정적 수급도 확보할 경우 애플은 아이폰 등 주력제품의 원가경쟁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수직계열화를 스마트폰사업의 최대 장점 가운데 하나로 앞세우던 상황에서 애플이 부품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설 경우 장기적으로 부담을 안게 된다.
또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과 삼성전자의 고성능 낸드플래시 양쪽에서 중요한 고객사인 만큼 부품공급비중이 줄어들어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도시바가 삼성전자와 맞먹는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을 확보한데다 애플 자금의 유입으로 투자여력도 더욱 강화할 경우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에서 추격을 받는 처지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낸드플래시사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도시바의 생사가 걸린 중요한 문제”라며 “삼성전자와 치열한 반도체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전략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