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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1년 만에 파열음, '선진 경영체제' 중요한 것은 '절차'다

장은파 기자 jep@businesspost.co.kr 2026-03-03 16: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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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사이 이어져온 경영권 분쟁이 끝난 이후 오너일가와 최대주주, 사모펀드 등 주요 주주들이 내놓은 수습 책은 ‘한국식 선진 경영체제’였다.

오너 중심의 수직적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대주주를 축으로 한 이사회가 이를 견제·지원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선언이었다. 사람중심이 아니라 제도 중심으로 가겠다는 약속이었다.
 
[기자의눈]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1년 만에 파열음, '선진 경영체제' 중요한 것은 '절차'다
▲ 한미약품그룹(사진)이 경영권 분쟁 종식 선언 1년 만에 전문경영인 체제와 관련해 각종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송파구에 있는 한미약품 본사 모습.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청사진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이사 사장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이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박 대표는 경영 간섭 중단을 요구했고 신 회장 측은 박 대표가 사적으로 연임을 부탁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장면들은 ‘선진 경영체제’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만약 대주주가 사업회사 경영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오너 경영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반대로 전문경영인이 자신의 거취를 이사회가 아닌 특정 대주주와 논의했다는 주장 역시 가볍지 않다.

그 자체로 이사회 중심 구조가 얼마나 뿌리내렸는지 의문을 남기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라면 CEO는 대주주의 사람이 아니라 이사회의 평가를 받는 자리여야 한다. 연임 역시 개인 사이의 신뢰나 물밑 조율의 결과가 아니라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이사회가 공식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갈등이 문제는 아니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도 충돌은 생긴다. 문제는 갈등을 푸는 방식이다.

선진 경영의 핵심은 CEO 선임과 평가, 연임 여부를 이사회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심의·의결하는 데 있다. 그러나 최근 한미약품그룹 안팎에서 나오는 모습은 이사회라는 공식 채널보다 대주주 간 물밑 협상과 폭로전이 앞서는 듯한 인상을 준다.

‘머크식’이라는 표현도 여러 차례 언급됐지만, 이름이 시스템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으면 간판은 의미가 없다.
 
[기자의눈]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1년 만에 파열음, '선진 경영체제' 중요한 것은 '절차'다
▲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사진)이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2월24일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그랜드 하야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실제 대주주들이 주요 의사결정을 사전에 합의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사태 이후 1년 만에 다시 만나 조율에 나선 점은 정례적이고 제도화된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낯선 것은 아니다.

유한양행처럼 오너가 없는 구조에서 전문경영인 중심 경영을 이어온 사례도 있다. 물론 환경과 지분 구조가 다르다. 그러나 적어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구호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보여준다.

한미약품그룹은 여전히 대주주가 상당한 지분과 영향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이식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갈등은 어쩌면 지배구조의 과도기적 통증일 수 있다.

이 통증을 줄이는 방법은 결국 하나다. 대주주는 이사회라는 틀 안에서 역할을 해야 하고 전문경영인 역시 그 틀 안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개인 사이의 설득이나 비공식 채널이 아니라 공식 절차가 앞서야 한다.

지금 한미약품그룹에 필요한 것은 ‘한국식’이냐 ‘머크식’이냐 하는 수식어가 아니다. 이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경영진을 평가하고 어떤 절차에 따라 결론을 내릴 것인지 분명히 하는 일이다.

체제는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갈등이 생겼을 때 그 절차가 작동하는지 여부가 시스템의 수준을 보여준다. 그 절차가 바로 서지 않는다면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장은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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