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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20일 서울 명동에 있는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은행연합회> |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은행권의 신탁업 진출 허용을 강하게 옹호했다.
하 회장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발언을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신탁업법 개정을 놓고 은행권과 증권업계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하 회장은 20일 서울 명동에 있는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탁업무는 금융권의 특정업권에 제한된 것이 아닌 만큼 신탁업무의 확대를 통해 금융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워줘야 한다”며 “전업주의는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 모두 구현할 수 없는 만큼 앞으로 겸업주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은행에 신탁업을 허용하는 것은 전업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금융업 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한 발언에 반박한 셈이다.
업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두 협회의 수장들이 공식석상에서 2주일 간격으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에서 신탁법을 독립시키는 방안을 주요 정책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신탁업은 금융, 부동산을 비롯한 고객의 자산을 신탁회사가 맡아 일정기간 운영해주는 서비스로 신탁법이 별도로 제정될 경우 은행권의 진출이 용이해진다.
하 회장은 “은행과 증권, 보험업권이 공유하는 신탁업무를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신탁업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규제체계에도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권업계에게 불공평한 규제가 많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황 회장의 발언에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 회장은 “운동장이 기울어진 것이 아니라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이 각각 다른 운동장에서 놀라는 것”이라며 “이런 논란을 없애려면 전업주의가 아니라 겸업주의를 통해 다 같이 놀 수 있는 종합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가 내놓은 은행업의 수익성 통계와 관련해서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은행이 업무를 확장하는 데만 노력할 뿐 수익성을 끌어올리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통계상 5년(2011~2015년) 동안 금융권 전체의 평균 자기자본수익률은 은행 4.7%, 증권 3.5%, 생명보험 6.3%로 증권업계의 수익성이 더 낮았다는 것이다.
하 회장은 신탁업 개편방안에 불특정금전신탁 등을 논의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은행권과 증권업계의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불특정 금전신탁과 수탁재산 집합운용은 논의에서 제외했다.
불특정금전신탁은 어디에 투자할지 미리 특정하지 않고 신탁회사가 돈을 맡아 알아서 투자하는 상품으로 2004년부터 은행에서 판매금지됐다. 하 회장이 불특정금전신탁 부활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더욱 강도높은 제도변화를 요구한 셈이다.
하 회장은 “초대형 투자금융사업자(IB)에게 허용된 종합투자계좌(IMA)는 과거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과 차이가 없다”며 “불특정금전신탁이나 수탁재산 집합운용을 은행에게 허용해주는 방안도 신탁업법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