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 2월 국회통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삼성그룹이 바짝 긴장하게 됐다.
박 의원안은 기업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분할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인데 일명 ‘이재용법’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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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재편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8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해 법사위에 상정된 상법 개정안이 1월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된 데 이어 여야 4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도 다뤄졌는데 비교적 여야간 이견이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남은 장벽은 법안심사소위 통과 가능성 여부인데 법안심사소위는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제를 택하고 있어 반대의견이 나올 경우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법안 통과에 찬성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법안의 취지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당내 다양한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은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개인적으로 박용진 의원안은 현실적이고 당장 적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실 관계자도 “논리적으로 보면 상법 개정안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인적분할을 통해 자기돈 한푼 안들이고 재벌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편법이 동원되는 곳은 우리나라가 사실상 유일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인적분할이라는 회사 쪼개기 방법이 아예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이나 유럽 등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발표하며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인적분할 방식의 핵심은 이른바 ‘자사주 마술’이다.
기업을 지주사와 사업회사(자회사)로 쪼갤 때 인적분할 방식을 적용하면 대주주를 비롯한 주주들은 기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자회사)의 주식을 배정받는다.
이때 기업이 보유했던 자사주 비율만큼 지주사가 자회사의 신주를 배정받는데 이전과 달라지는 점은 의결권이 살아나는 점이다. 원래 기업이 회삿돈으로 사들인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데 인적분할을 거치면 의결권이 부활하는 것이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자사주 마술’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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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6%로 매우 미미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3.54%)와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과 리움 관장의 지분(0.77%)를 합쳐도 5%가 채 못 된다.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주당 190만~200만 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비용부담이 너무 크다. 2014년 쓰러져 와병 중인 이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상속받을 수도 있지만 천문학적인 액수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주 마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은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재계는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에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할 경우 기업 지배구조재편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 2월 국회에서 상법개정안이 부결되고 대선 전후로 인적분할을 비롯한 지배구조개편을 다시 시도하는 방안이 최선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상법 개정안 통과는 국회가 재벌개혁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 척도가 될 것”이라며 “국회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조속한 국회통과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