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중저가 스마트폰 중심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도 흥행작을 만들어내며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신흥시장의 교체수요 확보를 잡기에 쉽지 않아 갤럭시S8의 대흥행도 만만치않은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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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경제전문지 더스트리트는 7일 “애플과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중국 제조사들의 ‘만리장성’에 부딪히고 있다”며 “이전과 같은 지배력을 자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업체들은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시장의 스마트폰 보급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수년만에 급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시장마저 지난해 성장률이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수요둔화가 본격화되자 성능과 가격이 높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중심을 옮기며 수익성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이전까지 기술력과 브랜드가치에서 큰 격차를 벌린데다 공략하는 수요층도 거의 겹치지 않아 중국업체들의 급성장에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업체들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집중해 흥행작을 만들어내고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등 점점 저가 이미지를 떨쳐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오포와 비보, 화웨이 등 중국 3대 제조사의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은 184달러를 기록했다. 비보의 경우 218달러까지 상승해 삼성전자의 222달러를 바짝 추격했다.
비보는 송중기씨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마케팅에 주력한 ‘X플레이’ 시리즈를 중국에서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화웨이의 ‘메이트’와 P시리즈 등 프리미엄 라인업도 지속적인 인기를 보이고 있다.
오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R9는 지난해 중국에서 1700만 대가 판매되며 애플 아이폰6S를 뛰어넘고 단일 모델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아이폰이 판매량 1위 자리를 빼앗긴 것은 2012년 중국 진출 뒤 처음이다.
중국 제조사들은 대용량 램과 듀얼카메라 탑재 등 스마트폰 성능향상에 삼성전자와 애플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해 출혈경쟁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프리미엄시장에서 안정적인 흥행작 라인업을 만들 경우 규모의 경제효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고 후속제품의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는 데도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중국과 인도 스마트폰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애플도 이런 효과를 노려 초기에 점유율 확보에 주력했다.
하지만 중국업체들이 가격경쟁력과 공격적인 성능개선을 앞세워 프리미엄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며 점점 성장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애플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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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비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X플레이5'(왼쪽)와 오포 'R9'. |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연간 4%포인트 하락했고 삼성전자는 5위권에 들지 못했다. 인도에서도 삼성전자 점유율은 중국업체들에 밀려 연간 5%포인트 정도 줄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노트7 단종 타격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입지가 더욱 축소된데다 신제품인 갤럭시S8로 중국업체들에게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꾸준히 둔화하는 가운데 신흥시장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성장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과거에 삼성전자가 성과를 냈던 마케팅과 유통전략을 재현하며 중국과 인도, 동남아에서 모두 강력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기술경쟁에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