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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순실씨. |
최순실씨가 삼성그룹 오너일가의 승계구도를 언급하며 이재용 부회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런 증언이 사실일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장해온 것처럼 '삼성그룹=피해자'라는 등식은 설득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이런 증언을 바탕으로 이 부회장 수사에 더욱 힘을 쏟을 수도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재청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지난해 말 검찰 조사와 1월21일 특검 조사에서 최순실씨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후계자가 돼야 국가 경제가 발전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향신문이 6일 보도했다.
박 전 전무는 최씨가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이 이 부회장을 탐탁치 않아하고 이부진 호텔신라 회장하고만 친하다”며 “홍씨가 동생인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과 함께 실권을 잡으려한다”는 내용의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오너일가 내부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런 점에서 불안을 느껴 최씨와 손잡고 승계에 도움을 받으려 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떠오를 수 있다.
박 전 전무가 최씨가 이런 말을 들었던 시기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2014년 9월 이전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발표되기 전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손에 넣지 않았던 때이다. 그 뒤 2015년 5월 삼성그룹이 합병을 발표했고 9월 합병을 마무리하면서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삼성물산 최대주주에 올랐다.
2014년 개정된 상속법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사망할 경우 재산의 3분의 2가 홍라희 관장의 몫이 된다. 이건희 회장의 재산 가운데 핵심은 삼성전자 지분 3.54%인데 홍 관장이 삼성전자 지분 2.36%를 물려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홍 관장 지분은 기존 보유분을 더해 3.13%까지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이부진 사장이 물려받을 지분까지 더하면 두 사람이 확보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이 부회장 예상 지분(1.19%)은 물론 원래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보다도 더 많아진다.
상속세 납부 등의 변수가 있지만 원칙적으로 홍 관장이 삼성전자 경영권을 쥐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은 셈이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으로서 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해 경영권 승계구도를 완전히 굳힐 필요성이 그만큼 절박하지 않았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씨의 이런 발언이 나온 뒤에 삼성그룹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떠맡고 최씨 모녀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것과 연결돼 '부정 청탁설'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전 전무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 부회장과 최씨가 사실상 한 배를 타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