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낸 의견서에서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 측인 이중환 변호사는 6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 가운데 대통령이 인정하는 사실을 담은 의견서를 3일 헌재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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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
박 대통령이 그의 이름으로 헌재에 탄핵 관련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가 최근 “최순실씨와 관계 등 박 대통령이 알고 있는 사항을 이제는 답변해야 한다”고 압박하자 직접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피청구인의 입장’ 의견서에서 최순실씨와 관계를 놓고 “최씨는 필요한 의상 등 세세한 일을 도와줬고 시중의 일과 풍문도 귀띔해줬다”며 “연설문을 쓸 때 일반적인 국민의 시각으로 표현방법 등을 조언한 적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한 사실을 몰랐으며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연설문 외에 다른 기밀문건을 최씨에게 보내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에게 기밀유출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정 전 비서관이 헌재의 변론에서 “박 대통령이 최씨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 것이 있으면 반영하라고 해서 최씨에게 여러 자료를 보냈다”고 말했던 것과 다른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체육계의 블랙리스트 작성과정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 등을 ‘나쁜 사람’으로 지칭하며 이들의 좌천을 지시해 결국 퇴직하게 만든 정황을 놓고 “노 국장 등에게 문제가 있어 좌천을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현 주프랑스 대사)이 헌재에서 “박 대통령이 국장급 인사를 직접 지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노 전 국장은 대인관계가 좋고 일을 잘한다고 평가됐으며 그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박 대통령은 미르와 K스포츠를 세울 때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강제로 걷었다는 혐의와 관련해 “재단의 운영과 사업에 관여하거나 이익을 취한 적이 없다”며 “대기업 회장들에게 자금출연 등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기업이 돈을 자발적으로 냈다”고 주장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미르의 이름과 임원진 명단 등을 전화로 직접 들었다고 말한 것과 반대되는 말이다.
헌재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16일 당시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행적이 묘연했던 점도 구체적인 해명을 요청했지만 이전과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의견서는 ‘일단 나만 살고 보자’는 후안무치한 태도”라며 “탄핵심판을 고의로 늦추겠다는 저급한 꼼수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은 의견서만 보면 그렇게 당당한데 청와대를 특검이 압수수색하는 일은 절대 안 된다고 막고 있다”며 “대체 두려울 일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